[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관련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사 대표가 과거 펀드를 조성해 정상적인 루트로 상장사 투자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라 대표는 지난 2020년 제일바이오펀드를 결성해 같은해 9월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싸이토젠 전환사채(CB)에 7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11월 올리패스 전환우선주(CPS)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라 대표는 제일바이오펀드 지분 50.6%를 보유했다. 이 펀드는 라 대표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와 함께 자금을 모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가 투자자를 모집해 CFD(차액결제거래)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라 대표는 CFD 결제를 이용해 8개 종목에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가 지난달 24일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며 물의를 빚었다. 라 대표는 이 과정에서 투자자 명의로 주식을 사고팔아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라 대표가 정상적인 상장사 투자를 통해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싸이토젠의 경우 어센트바이오펀드의 최대주주가 라 대표에서 어센트파트너로 바뀌면서 보유했던 7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모두 매입가에 그대로 매각했다. 같은 해 12월 제일바이오펀드가 어센트바이오펀드로 이름을 바꾸고, 최대주주가 라 대표에서 어센트파트너로 바꾸면서다. 어센드파트너는 이재환 전 대표가 지분 94.5%를 보유한 회사다.

매입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CB를 라 대표가 매입했다고 해도 수익은 없다. 해당 CB가 싸이토젠 주가 상승기에도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현재까지 미전환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과 함께 해당 CB에 30억원을 투자한 한 자산운용사는 주가 상승으로 3배에 달하는 차익을 누렸다.

또 다른 투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제일바이오펀드는 2020년 11월 다수의 기관과 함께 올리패스 354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제일바이오펀드 몫은 10억원이다. 해당 유상증자는 보통주가 아닌 CPS를 발행했다. CPS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인데,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이 있어 CB와 유사한 형태다.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낸다. 다만 채권이 아닌만큼 원금 상환이 없고 대신 연 1.0%의 배당이 있다.

올리패스 CPS 전환가액은 1만4400원에서 무상증자와 주가하락 등으로 6680원까지 내려 주식 전환이 유리해졌지만, 주가 하락이 더 가팔랐다. CPS가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2021년 12월1일 전환가액은 8701원이 됐을 당시 올리패스 보통주는 같은 달 9600원을 고점으로 지속 하락해 7000원대에 거래됐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돈 것은 2021년 12월 한달 뿐이다.

이후에도 전환가액이 점점 내려갔으나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내려 수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CPS의 전환가액 하향조정은 6680원까지만 가능하다. 현재 올리패스 주가는 4000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실제 당시 발행한 올리패스 발행한 CPS는 370여만주 중 53여만주가 전환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일바이오펀드가)정상적으로 투자한 사례에서 특별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세간에 알려진 라 대표의 투자 방식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