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성장 동력으로 불려온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의 온도차가 극심하다. 이들 모두 롯데 ESG경영혁신실 산하 신성장팀에서 출발한 신사업 '형제'지만, 경쟁력 고도화에 나선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달리 롯데헬스케어는 출범 이후 좀처럼 연착륙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롯데그룹은 두 기업의 사업특성상 차이를 강조하면서 올해 안에 롯데헬스케어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단 입장을 피력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도용논란에 휩싸였던 알약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관련 사업 계획에서 끝내 손을 떼기로 했다. 자사 디스펜서 제품이 스타트 업체 제품을 도용했다는 논란으로 정치권 등에서 이를 들여다보기까지 하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당초 롯데헬스케어가 지난해 출범이후 제대로 된 사업 하나 없이 사업기반 구축에만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경우에 따라 사업전략 재검토도 배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최근 확산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하고 업계에 동반성장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디스펜서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로서 사업전략은 변함없이 추진 중이며, 오는 8월부터 신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롯데헬스케어가 같은 해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보니 사업을 지속 영위할 수 있을지 자체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함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2억2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까지 체결한 데 이어 추가적인 고객사도 확보하는 등 순탄하게 주력인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영위 중이다.

최근만 보더라도 이 회사는 이달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세계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USA'에 두 번째로 참가해 글로벌 기업들과 수십여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성사시키며 인지도 기반을 다지는 성과를 올렸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원직 대표의 불참에도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최소 30여개의 국내외 주요 글로벌 제약사, 중소형 바이오텍 등 다양한 기관과의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에 대한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여기서 시러큐스 공장의 제조 기술, 공정개발 서비스, 품질 시스템과 더불어 국내 메가 플랜트 설립 계획 등 자사의 차별화 역량을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 신사업 형제로서 롯데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진 가운데 각사의 업 특성상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1년동안 거둔 성과로만 보면 극과 극을 달렸다"며 "롯데헬스케어 입장에서도 오는 8월 사업추진을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의 디스펜서 관련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처음부터 사업 기반을 독자적으로 다져야하는 만큼 8월 사업 본격화 이전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우수 협력사를 발굴, 투자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