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LG에너지솔루션(AA/안정적)이 출범 이후 처음 공모채 시장에 나서 4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올해 초 포스코가 기록한 역대 회사채 수요예측 최대 매수주문(3조9700억원)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글로벌 상위 이차전지 기업으로서 높은 신인도를 갖고 있는 데다가 국내 시가총액 2위에 달하는 기업가치 등에 힘입은 기록적인 데뷔전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총 5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4조7200억원의 매수자금을 받았다. 2년물(1000억원), 3년물(2000억원), 5년물(2000억원)으로 트렌치(trenche)를 구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2년물에서 1조1350억원, 3년물에서 1조7400억원, 5년물에서 1조8450억원을 각각 받았다.

기록적인 매수자금이 몰리면서 민평금리를 크게 밑도는 금리에서 모집액이 완판됐다. 희망금리밴드를 등급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한 LG에너지솔루션은 ▲2년물 -15bp ▲3년물 -14bp ▲5년물 -33bp 수준에서 각각 모집액을 채웠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과 달리 회사채 시장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무 상태가 핵심적인 요소"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이차전지 사업의 성장 전망을 토대로 IPO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공모채도 대흥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과점적 시장 구조에서 이익창출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데 기관투자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모채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20년 말 LG화학에서 물적분할 방식으로 출범한 이후 처음 발행하는 회사채다. 지난해 초 12조7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10조2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북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설비투자 소요가 지속되면서 IPO 이후 1년 반 만에 공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번 발행 주관사단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최대 1조원까지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조달자금 중 일부는 내부 운영자금으로, 일부는 스텔란티스·혼다·현대차 등과 각각 추진 중인 북미 합작법인(JV)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자본적지출(CAPEX) 집행이 예상된다"며 "이후에도 적극적인 설비투자 확대가 예상돼 국내외 증설 투자 등으로 외부 자금 조달의 필요성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유 자산을 활용한 대체자금 조달능력, 증가하는 이익 규모, 이차전지 업계 상위 지위 기반의 우수한 신인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서 자본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자금소요에 원활한 대응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