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호반건설이 남청주 현도지구 B1 용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분양받은 뒤, 그 대금 일부를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대금을 연체한 이유로 브릿지론 금리보다 싼 대금연체이자와 열위한 사업성, 시장 침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25일 LH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6월 30일 기준 호반써밋남청주(가칭) 개발사업 용지에 대해 39억원을 연체하고 있다. 이 사업은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현도지구 B1블럭 3만3900㎡ 규모 대지에 지하 2층~지상 20층, 656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을 개발한다. 연면적은 11만1439㎡로 호반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총괄하는 자체개발사업이다.

사업은 지난해 4월 약 500세대 규모의 사전청약을 마무리했다. 올해 본청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내년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예상 입주 시기도 2026년으로 미뤄졌다. 호반건설 측은 분양 및 입주 일정을 미룬 사실을 사전청약 계약자에게 공지한 상태다.

호반건설이 해당 부지 관련 분양계약을 체결한 건 2020년 10월 말로 추정된다. 당시 LH가 받기로 한 대금 총액은 260억원이다. 당시 분양공고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계약금으로 26억원을 지불하고 6개월에 1번씩, 6회에 걸쳐 중도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치러왔다.

호반건설이 지난달 말 기준 납부해야 할 잔금은 117억원으로 중도금 3회분 규모다. 이 중 연체한 금액은 39억원이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말(4회차)부터 연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회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중도금을 연체했다면 5회차 납입기한(4월 28일)이 지난 현재 연체금액은 78억원이 나와야 한다. 이는 계약 당사자들이 납입기한을 늦추기로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이후 중도금 납입 기한을 연장하는 등 협의를 거쳤을 것"이라며 "PF 대주단 협의체를 최근 가동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호반건설이 LH 공공택지 분양대금을 연체한 것이 고의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근 브릿지론 연 이자율은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기준 LH의 분양대금 연체 이자가 연 8.5%인 것을 감안하면 브릿지론을 무리하게 제공받아 토지대금을 납입하는 것보다 중도금 연체 이자를 지불하는 게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호반건설의 사업 포기 가능성을 제기한다. 연체한 대금을 6개월 이내 납입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 사유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호반건설이 시장 환경 대비 사업성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해 중도금을 연체하며 상황을 관망하다 사업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착공을 진행하면 사업성이 떨어져도 책임준공을 완수해야 한다"며 "착공 전 계약금 등을 포기하는 게 손실이 적다고 판단하면 LH 분양대금을 고의로 연체하다 사업을 포기하는 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LH에게 중도금을 연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외 어떤 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