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미래 신사업 분야인 바이오항공유 사업 공략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항공유를 대체할 바이오항공유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 실증을 통해 신사업을 촉진하는 동시에 친환경 제품 인증과 공장 신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8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항공유 실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에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신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제도다. 통상 심의 신청 후 결과를 받기까지 3개월 소요된다.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은 아직 법적 규제가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지만 현행법에 발목이 잡혔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르면 정유사는 석유가 아닌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 석유 대체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제샌드박스 승인이 필수적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특례를 승인받으면 규제법안이 있어도 2년(연장시 최대 4년)간 사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항공유(SAF)'라고도 불리는 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생활폐기유, 동식물성 기름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항공유에 주목한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바이오항공유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SAF 의무 혼합 비율을 오는 2025년 2%, 2030년 27%, 2050년 70%로 점차 높일 예정이다. 

자동차는 이차전지 등을 통해 탄소중립 규제에 대응할 수 있지만 항공의 경우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바이오항공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바이오선박유와 항공유가 전체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시장 확대에 발맞춰 중장기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내년까지 대산공장내 일부 설비를 50만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한다. 바이오원료인 HVO를 활용하면 바이오항공유뿐 아니라 바이오선박유,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과는 별개로 2025년 이후 50만톤 규모의 바이오항공유 단독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아직 공장 건설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국내외 바이오항공유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에는 바이오항공유 사업 확장을 위한 국제 친환경 인증도 추진한다. HD현대오일뱅크의 '2022 ESG통합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는 'ISCC EU' 또는 'ISCC CORSIA' 인증 취득을 목표로 세웠다. 

ISCC EU는 대표적인 바이오에너지 인증제도로 바이오원료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ISCC CORSIA도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의 하나로 CEF 조건을 충족하는 항공유 인증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CEF는 화석연료 기반의 저탄소 항공 연료와 100% 바이오 연료 기반의 지속가능한 항공유로 구분된다. 

정부도 바이오항공유 상용화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사, 항공사 등과 손잡고 항공기에 바이오항공유를 투입하는 실증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내용은 ▲항공기-SAF 시범 투입·운항 ▲품질·성능·안전성 검증 ▲혼합-운송-저장-급유 등 제반 인프라 점검으로 나뉜다. 

실증연구에는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와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참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범운항을 위해 관계부처, 정유사 등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항공기에 바이오항공유를 투입해 시범운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