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을 매각해 3조원의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이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에 10배 수익을 안겨줬다고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ASML 주식은 1분기 말 기준 629만7787주(지분율 1.6%)에서 2분기 말 기준 275만72주(지분율 0.7%)로 감소했다. ASML 최근 주가로 계산하면 이 지분 매각으로 삼성전자는 약 3조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삼성전자는 지분 전체 가격의 10배 가까운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현금을 통해 경기 평택,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등에 짓고 있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자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분 매각 이후에도 ASML과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가 ASML에 처음 투자를 결정한 것은 2012년이다. 당시 이 회사 지분 3.0%(1259만 5575주)를 363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2016년도에는 ASML 주식 절반가량인 1.4%를 처분해 현금 7500억원를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ASML에 투자한 이유는 ASML의 기업가치 때문이다. ASML은 반도체 업계 불황에도 큰 폭으로 성장해온 알짜 기업이자,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EUV) 등 빛을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비춰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때 쓴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결정했던 2012년 당시 ASML은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초미세 회로를 효율적으로 새길 수 있는 EUV 노광장비를 개발 중이었다. 이후 ASML이 반도체장비업체 중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상용화 경쟁에 불이 붙은 7㎚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가 오르고 ASML 주가는 최근 5년간 252.5% 상승했다.

매출 역시 꾸준히 늘었다. 지난 2분기 ASML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7.1% 증가한 69억유로(약 9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6.9% 증가한 23억유로(약 3조3000억원)로 나타났다.

ASML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제품이었던 EUV 뿐만 아니라 액침불화아르곤(ArFi) 기반 심자외선(DUV) 장비가 ASML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규제로 중국 기업들이 EUV 노광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되자 DUV 수입을 늘리고 DUV를 활용한 공정을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SML 측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DUV 매출을 토대로 2023년 전년대비 30%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최고경영자(CEO)는 ASML은 3분기 순매출 65~70억유로(약 9조3000억~10조원), 매출총이익률 약 50% 달성을 전망한다"며 "불확실성이 늘었지만 견실한 DUV 매출을 토대로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비 순매출이 3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