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과 함께 국내에 연구개발 시설을 건립한다. 양사가 함께 1조원을 투입해 초미세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R&D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함께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방문했다. 이날 ASML 방문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동행했다.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는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 구현에 필요한 장비다. 4000억원~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데다, 1년에 만들 수 있는 수가 40대 내외로 제한돼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탓에 ASML은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로도 통한다.

이날 삼성전자와 ASML은 내년부터 총 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R&D센터를 국내에 설립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해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R&D센터가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경기 화성에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방한 후 2025년까지 총 2400억 원을 투자해 화성시에 반도체 장비 수리센터를 비롯한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ASML과 삼성전자가 공동 설립하는 R&D센터는 차세대 EUV를 기반으로 초미세 제조 공정을 공동 개발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설치부터 운영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삼성전자와 ASML의 협력 발표는 치열해지는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ASML은 SK하이닉스와 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모량을 감축할 수 있는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가 개발하기로 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EUV 한 대당 전력 사용량을 20% 감축할 수 있어 연간 165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생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