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데다 일본국채(JGB)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쉽사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프랭클린템플턴 주최로 열린 '세계 경제 및 채권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소날 데사이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연준의 금리가 이미 최고 단계인 5.25~5.55% 수준에 도달한 것인지 아니면 연말에 한 차례 인상을 더 단행할 지에 대한 의문이 팽배하다"며 "마치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각에선 미국의 실질금리가 0%대로 회귀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이는 현실성과 동떨어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프랭클린템플턴의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자리로 타릭 아흐마드(Tariq Ahmad) 아시아태평양 공동대표, 소날 데사이(Sonal Desai) CIO 겸 부사장, 김태희 프랭클린템플턴 한국 대표가 참석했다.

시장에선 미국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섣부른 견해라는 진단이다. 이르면 내년 5월경 미국 연준에서 큰 폭의 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질거란 전망과 배치되는 입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5월경 5% 초반대로 하락한 뒤 7월에는 4%대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소날 데사이 CIO는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잣대인 인플레이션이 압력이 여전하든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감소세에 들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특히 미국 정부가 억제에 집중하고 있는 근원 인플레이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이 높다는 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6월 미국의 근원 CPI(소비자물가지수)는 CPI 보다 1.5%p(포인트) 높은 4.7%를 기록 중이다.

미국 부채의 70% 가량이 향후 5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걸로 보는 배경이다. 미국 정부의 예산 유연성 약화를 불러오는 문제인 만큼 더 높은 금리로 부채가 연장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날 데사이 CIO는 "미국 정부는 재정 적자를 피하기 위해 증세에 나서거나 지출을 삭감해야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이러한 해결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해서 연준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일본이 경제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미국의 통화정책 변경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소날 데사이 CIO는 "일본의 경우 지난 3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미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일본국채의 수익률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의 국채 투자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으로서는 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