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러시아 리스크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선박 인도 여부와 상관없이 대외에 언급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회사가 자진해서 리스크를 드러낸 것은 증권신고서 정정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회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치게 되는데, 한번 퇴짜를 맞으면 자금 모집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 제재 리스크가 이번 공모 흥행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관련 선박 10척 가운데 대금 지급에 문제가 있는 선박은 3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정 지연될까 서둘러 정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조선소들이 대금을 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는 작년부터 심심찮게 나왔다. 한화오션 역시 러시아 프로젝트에 쓰일 LNG 운반선 여러 대를 주문 받았다.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물밑에서 해결 방법을 모색해왔다.

회사는 이달 일부 내용을 고쳐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투자위험요소에 러시아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최근 유상증자를 앞둔 기업들은 보고서를 꼼꼼히 작성하느라 정정 보고가 잦아졌다. 금감원의 심사 과정에서 누락이 확인될 경우 공모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진원생명과학은 세차례 정정 요구를 받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러시아 리스크를 자진해서 밝힌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5월 유럽 지역 선주가 문제를 제기해 현재 싱가포르 중재법원이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고 누락으로 지적할 요지가 충분한 사안이다. 

◆계약 한 건만 문제…"다른 선주에 매각 예정"

러시아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선박에 대해 대금을 못 받은 것은 아니다. 일부는 정상적으로 대금이 들어오고 있다.

아시아지역 선주가 주문한 총 7척은 공정을 진행할 때마다 선수금이 들어오고 있다. 선주에게 선박을 빌려 영업을 하는 용선주가 러시아 지역 회사인 탓에 향후 변수가 존재하나 현재까지 대금 수령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대금 수령이 불확실한 계약은 단 한 건이다. 유럽 지역 선주가 주문한 LNG 운반선 3척이다. 한화오션은 선주가 대금을 제때 주지 않아 지난 5월, 6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계약을 취소했다. 선주는 계약 취소를 문제삼아 싱가폴 중재법원에 지난 5월 중재를 신청했으며 현재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계약은 취소했지만 한화오션이 비용을 부담해 배를 만들고 있다. LNG 운반선 수요가 괜찮아 언제든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계약한 금액 보다 낮은 금액에만 팔지 않으면 손실 우려는 없다. 

한화오션 측은 "러시아 제재와 관련된 당사의 프로젝트는 총 3건이나 그 중 대금수령 관련 위험이 존재하는 프로젝트는 유럽지역 선주가 발주한 LNGC 3척에 대한 계약 취소 건 1건"이라며 "건조 중인 배는 완공 후 새로운 구매자에 매각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