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KT의 이동통신용 무선국이 열 중 하나는 성능불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다른 이동통신사보다 무선국 성능불량률이 높게 나왔지만 이를 숨기고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실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KT 요구를 들어줬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KT 민원을 듣고 무선국 규제 완화를 추진했으나, 검사제도를 완화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불합격이 있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KT는 지난해 7월 중간요금제 출시 관련해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3사 대표 간담회에서 무선국 변경검사 개선 등을 건의했다. 

무선국 기지국 검사는 기술 기준과 무선종사자 자격 등을 확인하고 전파 혼·간섭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신 품질을 제고하는 제도다. 흔히 기지국이라 불리는 이동통신용 무선국은 ▲새로 설치할 때 10% 표본만 검사하는 준공검사와 ▲변경 사항이 있을 때 전수 검사하는 변경검사를 거친다. KT는 이러한 변경검사를 전수검사에서 표본검사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같은 해 12월 27일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해 표본검사로 제도를 변경했다.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개정 당시 "디지털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전파 규제혁신 방안"이라며 "이동통신용 기지국의 변경검사에서도 전수검사 방식 대신 표본추출 방식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합리적인 규제 개선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규제완화 민원을 제기한 KT 무선국의 성능이 다른 이동통신사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T는 2021년 무선국 변경검사에서 11.43%의 성능 불량률을 기록했다. 4638개의 무선국이 변경검사를 진행한 결과 530개소가 성능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성능 불량률은 경쟁사인 SK텔레콤보다 11배, LG U+와도 2배가량 높았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4.96%, SK텔레콤은 1.05%의 성능 불량률을 보였다.

정 의원은 "열 번에 한번은 성능불량인 셈"이라며 "KT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통화품질에 더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KT의 무선국 성능불량률은 지난해 8.37%로 전년 대비 3.06% 포인트 개선됐다. 개선율로 하면 27% 수준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0.93%으로 지난해에 비해 80%가량 개선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05%에서 0.38%로 성능 불량률이 60% 이상 개선했다. 더구나 경쟁사는 1% 미만으로 성능불량률을 떨어뜨린 반면 KT는 여전히 10%에 가까운 성능불량률로 SK텔레콤과 LG U+와 더욱 간격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 의원은 "성능 불합격이 다수 발생하는데 검사제도를 완화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과기정통부가 KT를 일부러 봐준 것이 아니라면, KT가 과기정통부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무선국 검사제도 목적이 이용자에게 좋은 통화품질 제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시행령을 원래대로 돌려, 무선국 검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