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사유는 투자회사로서의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레이싱홍그룹이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종속법인 등의 지분을 계열사 및 제 3자에게 넘긴 후 부턴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에이펙스는 2019년 2월 지분법적용 투자주식이었던 포르쉐코리아 지분 25%를 독일 본사 Porsche AG에 넘긴 것을 시작으로 피투자회사 주식을 정리해 왔다. 이에 따라 2020년과 2021년에는 스타렌터카코리아, 용산스포츠오토모빌 지분을 각각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코리아, 그룹사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에 이전했다. 이후 에이펙스는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으로 새로운 투자활동을 전개하는 대신 해산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수입차 업계는 이를 두고 레이싱홍이 국내 투자사를 활용, 여러 측면에서 재미를 봤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레이싱홍은 에이펙스로부터 적잖은 배당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르쉐코리아 및 스타렌터카코리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쌓은 200억원대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배당 재원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국내 상법은 청산법인의 사내유보금을 의제배당으로 처리케 하고 있는 만큼 에이펙스의 유보금은 지분 100%를 쥔 레이싱홍계열 모회사 트루스탠드 몫이 된다.

에이펙스는 레이싱홍에 무형적 이익도 안겨왔다. 최대 수입처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와의 잇단 지분거래 등으로 공급안정성 등을 제고해 올 수 있었단 이유에서다. 업계는 레이싱홍계열 딜러사들이 벤츠, 포르쉐 국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러한 거래처와의 끈끈한 관계를 꼽기도 했다.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레이싱홍은 과거 에이펙스와 또 다른 투자사 스타오토홀딩스를 통해 각각 포르쉐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지분을 확보, 딜러사이면서 수입차 총판법인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며 "이 같은 구조 덕분에 레이싱홍은 알짜 사업지인 서울·수도권 위주로 딜러사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