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인 키움인베스트먼트(이하 키움인베스트)가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빅텐츠)에 투자한 지 7년 만에 엑시트(투자근 회수)에 돌입했다. 키움인베스트는 본전을 소폭 밑도는 투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인베스트는 현재 빅텐츠 지분을 매도하고 있다. 운용사는 빅텐츠가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한 당일인 지난 8월 17일부터 엑시트에 착수했다. 키움인베스트는 키움증권이 지분 98%를 들고 있는 창업투자회사다.

키움인베스트가 빅텐츠에 투자한 기간은 약 7년이다. 이 회사는 2016년 4월 약 29억원을 들여 빅텐츠의 구주와 신주 13만5000주를 인수했다. 빅텐츠 초기 투자자인 '에스엘컴퍼니' 등으로부터 구주 보통주 9만5000주를 약 20억원에 확보했고,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보통주 4만주를 약 9억원에 취득했다. 주당 평균 취득가액은 2만1461원이다.

투자기구(비히클)는 '키움성장 15호 세컨더리 투자조합'을 활용했다. 2016년 2월 결성된 400억원 규모 벤처펀드다. 산업은행이 200억원, 키움인베스트먼트가 172억원, 모태펀드가 28억원을 출자했다. 대표 펀드매니저는 김대현 투자1본부장이 맡았다.

세컨더리 펀드를 활용한 만큼 키움인베스트는 비교적 빠른 엑시트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텐츠는 2014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고 운용사가 투자한 2016년부터 코스닥 이전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이 시기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의 중국 수출길이 닫혔다. 곳간 사정도 나빠지면서 회사 부채비율은 2021년 말 기준 792%까지 치솟았다. 이전상장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고 운용사의 엑시트도 자연히 지연됐다.

키움인베스트가 빅텐츠로 거둘 수익은 본전을 소폭 밑도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운용사는 상장 당일과 그 다음날에 걸쳐 총 2만주를 주당 평균 4만원에 처분해 약 8억원을 회수하며 두 배 가량의 차익을 남기는 듯 했다. 회사 주가가 장중 4만5700원까지 치솟은 덕분이다. 그러나 투심이 악화돼 이후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현재는 1만원대 중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잔여 지분의 주당 평균 매각가격이 1만9000원은 돼야 본전치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키움인베스트는 빅텐츠 지분 대부분을 연내 처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에 활용한 펀드의 청산일이 내년 2월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지난해 2월 해산됐으며 청산 기한은 이미 1년 연장된 상태다. 실제로 운용사는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잔여자산 규모는 올해 반기 기준 80억원에 불과하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빅텐츠는 지난해 F&F에 인수된 이후 다양한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어 오히려 장기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시점과 회수기간 등이 여러모로 아쉬운 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