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자산운용업계에 M&A(인수합병)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 운용사의 전력을 종합자산운용사로 일원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용 생태계에서 살아남고자 각개전투 보다는 협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0% 자회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을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력과 시너지 증대를 위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 상태여서 진행과정과 절차에 다양한 변수가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멀티에셋운용은 KDB자산운용을 전신으로 하는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2016년 미래에셋그룹과 한 식구가 됐다. 최근 해외 부동산 손실 우려를 촉발시킨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 사태의 중심에 선 곳이기도 하다. 멀티에셋운용이 해당 빌딩 투자를 위해 조성한 '멀티에셋 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호'와 '멀티에셋 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호'가 90% 가까이 상각처리 되면서 해외 부동산 위기를 증폭시켰다.

아직 합병안이 설익은 단계이지만 양사간의 합병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연내 이사회 결의와 금융당국 승인 등 관련 절차를 끝내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쯤 '통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범할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업계 기조도 통합 미래에셋자산운용 출범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전통자산(주식‧채권)과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 등)로 역할을 나눠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서 유지했던 운용사들은 '헤쳐모여'로 경영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이 이달 초 대체투자 계열사인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의 흡수합병 추진을 공식화했고, 지난해 1월에는 신한자산운용이 신한대체투자운용의 인수를 매듭지었다.

여기엔 운용업 생태계에서 각개전투 보다는 협공이 생존에 유리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사 경쟁력의 지표가 되는 운용자산(AUM)과 트랙레코드(운용경력)를 단숨에 끌어올려 투자유치에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자산운용은 라이벌인 한화자산운용을 제치고 업계 4위 자리를 꿰찼다. 우리자산운용도 사상 첫 톱10 진입의 숙원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보유한 5조7900억원의 자산이 이관되면 9위인 교보악사자산운용(약 46조원)으로 다음으로 많은 39조원 가량의 자산을 거느리게 된다.

미래에셋운용도 멀티에셋운용과의 일원화가 이뤄지면 운용자산 200조원 시대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12일 기준 멀티에셋운용은 대체자산 뿐 아니라 전통자산을 통해서 총 7조1445억원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자산을 고스란히 넘겨 받게 되면 미래에셋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170조원대로 진입하게 된다. 삼성자산운용(약 308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3위 KB자산운용(약 131조원)과의 격차를 40조원 가량 벌리며 '톱2' 지위를 굳히게 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은 이미 대체투자 분야도 주력하고 있는 만큼 멀티에셋운용 인수는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도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태양광 ETF(상장지수펀드)가 등장한 것만 봐도 증권과 대체투자 영역간의 장벽이 허물어 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며 "또 다른 탑티어급 운용사에서도 흡수합병설이 피어오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