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싱가폴 회사 큐텐(Qoo10)이 1세대 이커머스 기업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연달아 사들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삼사의 합계 이커머스 점유율이 약 6.7%로 시장 4위인 11번가(7%)를 턱 밑까지 추격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큐텐에게 적잖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올 7월 큐텐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오픈마켓, 해외 직구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적다. 오히려 중소 사업자가 통합되면 네이버와 쿠팡 등을 견제할 유효한 경쟁자로 성장해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커머스 시장의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부터 당장의 이익을 보고 이커머스 시장에 투자한 회사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게 되면 자연스레 수익성이 개선되고 이를 통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여기에 향후 IPO(기업공개)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수도 있단 기대감도 한몫 했을 터다. 대표적으로 '쿠팡'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올 초 들어 증권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커머스 기업들의 가치가 감소했고 결국 컬리, 오아시스 등 상장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늘었다. 이에 자본시장에선 체력이 튼튼한 기업이 향후 IPO에서 인정받을 수 있단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결국 성장성(시장 지배율)→내실다지기로 전략을 선회할 수 밖에 없단 뜻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큐텐 역시 특단의 조취를 내렸단 점이다. 그간 흑자를 내본 적 없던 티몬과 위메프의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실제 티몬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1년 이후 줄곧 손실만 겪었다. 위메프 역시 2019년부터 적자 늪에 빠져있는 상태다. 한 회사 A 관계자는 "각 회사 책임자들이 매주 목표 달성 과제를 내주고 있다"며 "실적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과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설명처럼 최근 큐텐은 3사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너지 창출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티몬만 봐도 ▲CJ푸드마켓 ▲농심 ▲오뚜기 ▲쿤달 등 주요 브랜드와 상설 팝업스토어를 마련하는 등 전략적 마케팅을 중점으로 삼았다. 이 덕분에 티몬의 올해 1~3분기 누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인터파크커머스의 첫 자체브랜드(PB) '아이팝'을 티메파크에서 공동 판매하고, 3사의 공동 풀필먼트·해외직구를 마련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나아가 큐텐은 최근 11번가 인수에도 나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11번가 역시 3년간(2020~2022년) 적자에 빠져있는 상태지만 큐텐의 이런 열정과 전략이라면 인수 후 곧 수익을 내지 않을까하는 기대마저 된다. 이 회사가 티메파크보다 시장 점유율도 높은 데다, 사실상 손익분기점(BEP)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게임체이저로 주목받은 큐텐의 이 같은 행보로 독자생존이 어렵던 이커머스 기업도 변화가 찾아 올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도 적자를 내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 손에 꼽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합병·인수·대규모 투자 등 방향은 알 수 없지만 큐텐의 현재 전략은 눈 여겨 볼만하지 않을까. 이제는 기업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