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세아그룹의 지배 물줄기는 이태성 사장이 이끄는 세아홀딩스와 이주성 사장이 이끄는 세아제강지주 두 갈래로 나뉜다. 이태성 사장은 작고한 고(故) 이운형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반면 이주성 사장은 개인 주주로 따지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나, 세아제강지주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보기 어렵다. 

세아제강지주는 여타 지주회사와 달리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지배를 받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이 회사를 '당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명명하고 있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이순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즉 '이순형 회장→에이팩인베스터스→세아제강지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로, 사실상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는 이순형 회장인 셈이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향후 이주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퍼즐에서 '에이팩인베스터스'가 중요한 조각이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이팩인베스터스에 실리는 힘…핵심 회사로 부상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주요 주주는 이순형 회장(78.02%)과 그의 아들 이주성 사장(20.12%)이다. 

당초 이 회사는 고 이운형 회장의 소유였다. 지난 2013년 이 회장의 사망으로 45.65%의 지분이 아들 이태성 사장과 아내 박의숙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이사장에게 각각 넘어가면서 이태성 사장이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이 지배구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2년 뒤인 지난 2015년 이태성 사장이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지분을 돌연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매각 자금 약 700억원을 상속세 납부에 보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장의 지분 매각으로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자연스레 이순형 회장의 차지가 됐다. 에이팩인베스터스가 승계 핵심으로 부상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태성 사장은 세아제강지주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했다. 대규모로 주식을 처분할 때 계열회사나 개인이 물량을 받아줘야 하는데 당시 해덕기업, 세대에셋이 그 역할을 했다. 해덕기업은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전신이며, 세대에셋은 2017년 해덕기업에 흡수됐다. 이태성 사장의 세아제강지주 지분율은 2016년 14.82%에서 이듬해 5.98%로 떨어진 반면, 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율은 5.48%에서 11.56%로 확대됐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2018년 세아제강가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한 뒤에도 계속해서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 2020년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22.82%까지 확보한 뒤 지분 매집 활동을 멈췄다. 

 

◆세아제강지주-에이팩인베스터스 합병 카드 유력

이주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선 결국 세아제강지주와 에이팩인베스터스간 합병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이주성 사장이 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을 매수하는 정공법을 택할 경우 23일 종가 기준으로 대략 19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만만치 않은 규모다. 

반면 합병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이 회장의 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현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지배구조에선 세아제강지주와 합병을 시도한다 해도 이주성 사장이 최대주주에 오르지 못한다"라며 "이 회장의 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을 이주성 사장이 넘겨받는 게 승계의 핵심"라고 설명했다. 

에이앤에이인베스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에이앤에이인베스트는 이주성 사장과 이순형 회장의 딸인 이주현 씨가 각각 지분 25%씩 보유한 회사다. 에이앤에이인베스트 역시 에이팩인베스터스와 마찬가지로 경영컨설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이 거의 없어 이순형 회장과 에이팩인베스터스가 빌려준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에이팩인베스터스를 존속으로 한 에이앤에이인베스트와 합병을 거치면 이주성 사장은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전신인 해덕기업이 이주성 사장이 지분 53.33% 보유한 세대에셋과 합병한 유사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