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롯데케미칼이 올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석유화학 시황 침체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1년 넘게 지속된 적자고리를 끊었다. 회사는 시황이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바닥은 통과한 만큼 수요 개선이 맞물리면 수익성 확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매출 4조8157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으로 잠징집계됐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51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작년 3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이에 당기순이익도 32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의 분기 흑자는 지난해 1분기 이후 여섯 분기 만이다.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유가상승에 따른 원료의 긍정적 래깅효과와 가동 효율화에 집중한 덕분이다. 래깅효과란 원유 구매시점과 판매시점이 한달 이상 차이나면서 발생하는 가격 차이 효과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HQ전략기획본부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초소재사업의 적자 규모가 축소되는 등 시황이 점차 안정되는 추세"라며 "원재료 가격의 긍정적인 래깅효과도 실적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비록 소폭이지만 흑자로 전환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본부장은 "흑자 규모가 크지 않아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작년 2분기부터 지속된 영업적자를 마감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중장기 산업 사이클에서 지난해 3분기, 4분기를 저점으로 업황은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업황은 점차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공급과잉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에틸렌 신증설은 470만톤으로, 올해 970만톤의 절반 수준인데다 수요 증가는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이를 상회할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지속된 신증설 부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수요의 점진적 회복과 맞물린다면 속도감 있는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시황 반등을 단언하기는 어려운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석유화학 산업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변동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여전히 단기적으로는 시황의 반등을 단언하기 쉽지 않다"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운영 최적화와 포트폴리오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발표한 투자 계획은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종원 재무혁신본부장(CFO)은 "현재 비전,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우선순위 낮은 투자들은 이미 시기를 적절하게 조정해놨다"며 "현재 발표한 투자 계획은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연내 ▲배터리 전해액용 유기용매(EC·DMC) 공장 ▲고부가 소재 산화에틸렌유도체(EOA) 공장 ▲고부가 그린소재 헤셀로스 신공장을 완공하고 스페셜티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수소 사업의 경우 롯데SK에너루트를 통해 20메가와트(MW)급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설치, 2025년부터 20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급격한 국제 정세, 화학산업 변화에 맞춰 기존 사업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 등 수익성 최대 확보와 효율성 최적화를 추진할 것"이며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리사이클 사업 등은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