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은 주로 지방에서 민간 공공임대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장한 기업이다. 올해 기준 대기업집단의 일반 계열사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 자본총액을 더한 부영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21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6000억원 줄어들어 전체 재계 순위도 19위에서 22위로 3계단 떨어졌다. 한때 재계순위 16위까지 오르기도 한 국내 굴지의 건설사다.

부영그룹은 별도의 지주회사가 존재하지 않고 모두 이중근 회장이 직접 지배하는 구조다. 물론 ㈜부영이 지배하는 부영주택이 그룹 내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사업회사이긴 하지만 부영주택 외에도 다양한 사업회사들을 이중근 회장이 직접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는 총 8개다. 각각 ㈜부영 93.79%를 비롯해 ▲동광주택산업(91.52%) ▲광영토건(42.83%) ▲남광건설산업(100%) ▲남양개발(100%) ▲대화도시가스(95%) ▲부강주택관리(100%) ▲한라일보사(49%) 등이다. 이 회사 중 일부는 또 다른 사업회사를 두고 사업을 펼치거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의 8개 회사 지배율은 대체로 높다. 광영토건과 한라일보사 등을 제외하면 모두 90~100% 수준의 지분율을 이중근 회장이 확보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비상장사로 이중근 회장이 보유한 지분만큼 각 회사별 순자산인 자본총계를 더해보면 약 1조8704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순자산에 대한 지분가치만 조 단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증여세 최고 세율인 30억원 이상의 구간에서 50%를 적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증여세를 구해보면 올해 기준으로는 약 9337억원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그룹 내 자산가치가 일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다시 경기를 회복한다면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만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증여세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증여세를 현금이 아닌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으로 내는 물납은 불가능하다. 이중근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모두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은 2007년 세제개편안에 따라 2008년부터 물납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영그룹은 그동안 경영승계에 대해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이중근 회장의 3남 1녀 중 부영의 지분을 가진 사람은 장남인 이성훈 부사장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지분율은 2.18%에 그치며 최근까지 변동이 없다.

이중근 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경영활동이 가능해지자 오히려 부영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복귀를 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법정 구속 이후 3년 넘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으면서 추진하지 못했던 신사업과 각종 현안을 챙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경기 침체로 자체사업장의 분양일정이 연기되면서 부영그룹은 실적이 악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중근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만큼 당분간은 경영권 승계의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