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수천억원을 들여 평택캠퍼스에 배치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고덕변전소 전압 강하 현상으로 멈춰 섰다. 이에 지난 15일 ASML 수리팀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현재까지 장비 수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기지역 345Kv 고덕변전소에서 발생한 전압 강하 현상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평택2·3라인(P2·3) 라인에 배치된 EUV 노광장비가 약 0.25초 멈춰 섰다. 무정전 전원 장치(UPS)가 작동됐지만 가동 중단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전압 강하는 전력이 일정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고덕변전소 전압 강하는 약 0.05초로 짧았지만 선로에 영향을 끼치며 경기 남부 전력 공급 전체에 문제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평택·화성캠퍼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압이 갑자기 엄청나게 떨어지는 바람에 UPS까지 전력을 상실하면서 삼성전자 평택2·3라인 EUV 노광장비가 멈춰섰다"라며 "UP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특이한 상황으로 생산 라인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특수 장비에 더 많은 영향을 줘서 함께 전압 강하 현상을 겪은 다른 팹은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칩은 회로를 새긴 웨이퍼를 작은 사각형 조각(다이)으로 쪼갠 뒤 후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그릴 수록 집적도를 높여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EUV 노광장비는 회로의 선폭을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로 새길 때 사용된다. 

EUV 노광장비는 나노 공정을 완성하는 섬세한 장비다. 아주 잠깐 껐다 켠다고 쳐도 장비 정밀도를 조절(Calibration)을 하고 세팅해야 한다. 네덜란드 ASML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고 가격대도 1500~200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이에 ASML 사후관리(AS) 인력은 급파해 지난 15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피해 정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장비가 멈춰 선 시간이 아주 짧아 일각에서는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이 365일, 24시간 돌아간다. 잠시만 멈춰도 큰 손해가 날 수 있다. 특히 장비를 새롭게 세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노광장비가 멈췄을 때 웨이퍼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었고, 내부 오염도가 어땠는지에 따라서 피해 정도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재는 평택캠퍼스 P2·3가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평택캠퍼스에 배치된 EUV 노광장비가 정상 가동 되고 있다"며 "ASML에서는 패치 및 보수(PM) 작업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상적인 작업으로 노광작업 품질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