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HMM 매각 본입찰이 23일 시작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황이 침체기에 진입한 데다 유력 인수 후보들이 자체적으로 인수 대금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단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본입찰이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MM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3일 본입찰을 진행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양측이 보유한 HMM 주식 약 3억9879주(57.9%)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HMM의 몸값은 약 7조원대 수준이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이 헐값 매각은 없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단 점에서 프리미엄이 붙을 여지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HMM 매각전이 유찰될 수 있단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단 점이다. 적격인수후보자(숏리스트) 가운데 자금력이 가장 풍부한 LX그룹이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며,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은 외부에서 조단위의 자금을 끌어와야 한단 이유에서다.

먼저 물류 자회사 LX판토스를 둔 LX인터내셔널은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순유동자산(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값)만 1조5000억원으로 곳간 상황이 가장 넉넉하다. 유상증자와 보유자산 매각 등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황이 불황기에 접어들었고, HMM이 포워딩(국제 물류 주선)을 주력으로 하는 LX판토스와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까지 적잖은 투자비용이 불가피하단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단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선 LX그룹이 본입찰에서 예상 인수대금을 낮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번 M&A에서 발을 뺄 것으로 전망 중이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은 각각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과 물류 계열사인 동원로엑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팬오션은 자기자본 3조원과 인수금융 3조5000억원 등 최대 6조5000억원 가량을 마련한단 구상을 세웠다. 팬오션은 자산 유동화를 위해 한진칼 주식을 약 1600억원 상당에 처분했으며, 현재 다수의 선박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린 JKL파트너스에선 최대 8000억원의 인수 대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동원그룹은 유상증자와 자산 유동화로 약 3조원 가량을 자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최대 6000억원 가량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동원홈푸드 등 비상장 계열사의 프리IPO와 사옥 매각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모두 부족한 인수 대금을 채우기 위해선 재무적투자자(FI)와 금융권으로 손을 벌려야 하는 만큼 자금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수 대금 외에도 고금리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HMM 노조 역시 숏리스트의 자금력을 이유로 유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운업계의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이 현실화된 점은 인수 매력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팬데믹 기간 동안 북미 지역의 항만 적체가 심화되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해상운임은 엔데믹 전환 이후 정상화됐다. 물동량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크게 감소했다. 실제 해상운임 주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작년 1월 역사적 최고 5109.6을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손익분기점인 1000을 하회하고 있다.

한편 산은은 HMM 매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단 계획이나, 유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올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매각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