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자산운용이 정욱 대표 2기 첫해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단기금융 성격의 MMF(머니마켓펀드)와 부동산 거래 주선를 통한 영업활동이 부진하면서 올 3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영업수익은 168억원으로 327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원에서 마이너스(-) 61억원으로, 순이익은 14억원에서 -48억원으로 각각 적자 전환됐다.

수수료수익에 기반한 영업수익이 반토막 난 가운데 영업비용 감축은 25% 수준(308억원→228억원)에 그치면서 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자산운용이 정욱 대표 2기 체제를 맞은 첫해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 대표는 신탁사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운용사 수장에 오른 금융인이다. 경희대 회계학과를 졸업 후 1989년 교보생명를 통해 금융권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과 국제자산신탁(현 우리자산신탁)을 거쳐 한국자산신탁 사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현대자산운용이 무궁화신탁을 새 대주주로 맞으면서 CEO(최고경영자)로 발탁됐다.

정 대표는 무궁화신탁 계열로 편입된 현대자산운용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 '유니콘 상장지수펀드(UNICORN ETF)' 론칭을 통해 전통자산(주식·채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대체투자 역량을 키우는데도 힘썼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실제 정 대표 부임 후 현대자산운용의 대체투자 관련 조직은 대체투자운용, 부동산금융, 부동산개발투자, 경영참여(PE), 리츠(REITs) 영역으로 세분화됐다. 또한 부임 전 331억원이던 자기자본을 지난해 5월 유상증자를 통해 50억원 가량 증대시키며 회사의 펀더멘털을 키우는데도 일조했다. 올해 3월 정 대표가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하게 된 배경이다. 무궁화신탁은 정 대표를 기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는 2026년 3월까지 지휘봉을 맡겼다.

현대자산운용이 정 대표 2기 원년에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된 건 '국공채법인클린MMF'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실운용 논란을 일으킨 해당 상품에서 수탁고가 빠진 탓에 MMF에서만 2조원 가량의 운용자산이 줄었다. 그 여파로 지난해 3분기 117억원이던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가 73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7월경 MMF에는 담을 수 없는 단위조합(수협)의 정기예금이 해당 MMF에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대자산운용이 MMF에 단위조합의 정기예금 편입을 금지하도록 관련 법이 바뀐 사실을 모른 체 상품을 운용해 왔던 것이다.

또한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도 현대자산운용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올해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IB부문에서 영위하고 있는 부동산 주선과 자문에서의 수익이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투자자문수수료를 통한 수익은 '0'(제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 190억원에 달했던 주선수수료도 73억원으로 61% 가량 줄었다.

현대자산운용은 최근 수탁고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추진 중인 부동산 거래가 남아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3분기 1조원 초반대로 떨어진 MMF 수탁고가 최근 2조원대로 회복했다"며 "하반기 부동산 분야에서 추진되고 딜(Deal)들이 있는 만큼 4분기에 실적이 반등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