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로봇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어릴 때 만화영화에서 봤던 마징가제트, 태권브이와 같은 건물 크기의 거대 로봇이다. 많은 제조 공장을 가봤던 기자가 알고 있는 산업용 로봇만 해도 수십 톤의 무거운 제품을 번쩍번쩍 들어야 하기 때문에 크기가 상당하다. 

지난 5일 수원 두산로보틱스 공장을 방문한 기자가 본 협동로봇은 이런 로봇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깼다. 키가 153cm인 기자보다 작은 크기로, 사람 팔 하나를 갖다 붙인 것과 같이 생겼다. 마징가제트나 태권브이가 아닌 인간 크기 정도의 아톰이 떠오른다. 

고소한 튀김 냄새를 따라 공장 밖을 나가보니 '자글 자글' 소리를 내며 치킨을 튀기고 있는 것은 로봇이었다. 바삭한 튀김을 만들기 위해 기름을 탈탈 터는데, 로봇이 이를 똑같이 흉내 냈다. 로봇 팔이 좌우로 움직이자, 치킨이 담긴 튀김 통이 흔들리며 기름이 털렸다.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은 국내 가맹점에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적용한 튀김솔루션을 개발해 도입하고 있으며, 조만간 해외 매장에도 해당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해당 치킨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해외에서도 인건비 상승 때문에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에서는 협동로봇 솔루션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제품을 파렛트 위에 쌓는 팔레타이징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무거운 박스를 들고 나르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 해주는 솔루션이다. 태블릿PC처럼 생긴 화면에 팔렛트 크기, 박스 무게, 어떤 방식으로 박스를 쌓을지 지정해주자, 빨대로 빨아들인 것처럼 박스가 로봇팔에 찰싹 달라붙어 입력값대로 팔렛트 위에 놓였다. 최대 25kg 무게의 박스를 로봇팔이 번쩍 들 수 있다는 게 두산로보틱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작지만 쓰임이 다양한 협동로봇은 수원공장 1층에서 제조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엄청난 속도로 제품이 오고가고, 여기저기서 굉음이 들리는 일반적인 제조 시설과 달랐다. 410평의 작은 평수지만 자재 창고는 물론, 모듈 제작, 암 조립, 완성품 테스트 등 협동로봇의 전 공정이 가능하다. 작은 공간이지만, 한번에 10여대의 협동로봇을 제작할 수 있으며, 연간 2000여대를 만들고 있다. 

첫 공정은 로봇의 관절이라 불리는 모듈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원통 모양의 모듈은 보기보다 섬세한 작업이 요구돼 하나를 만드는데 60분이 소요된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협동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모듈은 총 6개다. 첫 공정부터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돼 효율화를 높이기 위해 자동화셀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2층에는 자동화셀 1대가 시범 도입됐으며, 내년에는 총 9대의 자동화셀이 2층 공간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자동화셀 공정은 쉽게 말해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너트를 조이는 다양한 종류의 너트러너를 로봇팔이 들고 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봇 옆에는 작업자가 같은 모양의 모듈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동시에 두 개의 모듈을 제작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근 두산로보틱스 오퍼레이션 팀장은 "수동셀은 한 개 모듈 제작에 60분이 소요된다면, 자동화셀은 37분으로 크게 준다"라며 "2층에 총 9개 자동화셀 설비가 구축되면, 연 2000대 케파가 추가돼 총 연간 4000대 이상의 협동로봇 생산 체제가 구축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