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배터리 시장 성장 위축에도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투자로 성장 동력을 이어간다. 스페인에 신규 동박공장 설립을 추진해 중장기 배터리 시장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유럽법인(LOTTE ENERGY MATERIALS EUROPE, S.a.r.l.)'은 종속회사 스페인법인(LOTTE ENERGY MATERIALS SPAIN, S.L.)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147만주를 2099억원에 취득했다.

스페인법인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활용할 예정이다. 앞서 이 법인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스페인 카탈루냐주에 연산 3만톤 규모 동박공장 건설에 나섰다. 동박은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의 필수 재료로, 배터리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한창인 카탈루냐 몬로이치 부지는 총 면적 44만400㎡에 이른다. 10만톤에 달하는 동박 생산라인이 들어설 수 있는 규모로, 향후 추가 증설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하이엔드(고품질) 동박 사업의 유럽 야심작인 스페인 스마트팩토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동박 시장 규모는 현재 50만톤 수준에서 2030년 220만톤으로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차전지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러한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규모가 큰 만큼 스페인 정부의 관심도 높다. 현지에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공장 구축으로 최소 수백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스페인 중앙정부 역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도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말 페레 아라고네스 스페인 카탈루냐 주지사와 오리올 알코바 말라스피나 카탈루냐 산업국장은 롯데월드타워에 방문해 원활한 인허가 절차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스페인 공장 현장을 방문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카탈루냐 주요 관계자가 한국을 찾은 것이다. 

공장 가동 전부터 현지 정부의 인센티브 혜택도 누리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정부의 페르테(경제회복과 변혁을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를 통해 총 1000억원 상당의 지원을 받게 됐다. 나아가 회사는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스페인 현지 지방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유럽 시장 상황에 따라 스페인 공장 추가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동박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