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우려가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이번 논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은 비대면 판매율이 높아서다. 대면 판매 위주로 적용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비대면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증권사 홍콩H지수 ELS 비대면 판매 87.6%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증권사에선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면 판매 비중이 확연히 낮아서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은 계좌수 기준 홍콩H지수 ELS의 대면 판매 비중은 91.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증권사는 비대면 채널 판매 비중(87.6%)이 높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홍콩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지난 2021년 발행된 홍콩H지수 ELS의 손실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으로 원금 손실구간(녹인 배리어)을 벗어나면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ELS는 증권사가 발행하지만 채널이 훨씬 큰 은행에서 발행량의 70~80%가 판매된다. 은행은 ELS 형태가 아닌 주가연계신탁(ELT)나 주가연계펀드(ELF)로 판매된다. ELS는 비대면으로는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지만 ELT는 신탁법에 따르기 때문에 비대면으로도 구매 절차가 까다롭다. 다른 상품과 같이 설명서만 다운로드하는 게 아니라 전문상담직원과 화상 연결을 통해 자발적 의사를 확인하고 상품 설명을 들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가 적합성 원칙 등 판매 원칙을 준수했는지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판매규제 취지에 따라 판매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목적이 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느냐,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느냐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 반쪽짜리 금소법…비대면 채널, '불완전판매' 여지

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채널이 비대면인지 대면인지에 따라 설명 의무의 난이도가 달라지면서 비대면 판매에 대한 금소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라임사태 이후 설명 의무를 강화해 2021년 3월부터 개정한 금소법을 시행했다. 금소법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금융회사의 6대 판매규제를 적용한다.

금소법은 비대면 거래를 하는 소비자는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에도 대면 계약을 근거로 만들어져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약관에 기재돼 있음에도 고객이 대면으로 금융상품을 구매하려면 긴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고객이 설명서만 내려받아도 설명 의무가 충족된다. 상품 설명서와 약관 확인 절차를 클릭 몇 번으로 넘어갈 수 있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비대면 거래 증가와 빅테크･핀테크 활성화 등 금융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금소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역시 비대면 고객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에 공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판매도 영상 통화 등을 통해 설명과 확인을 보다 꼼꼼히 하는 등 절차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