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화생명보험이 3년 만에 배당을 재개할까. 한화생명은 2020년을 마지막으로 2021년과 2022년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신계약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주들 사이 배당 재개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연말 배당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일단 한화생명이 IFRS17 도입 뒤 자산 건전성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에 대비한다는 이유 등으로 2021년과 2022년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제도 도입 뒤 자산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배당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의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182%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의 신계약 실적이 개선된 점도 배당 재개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신계약 실적이 좋아지면 신계약 CSM이 증가하고 자본비율도 좋아지면서 배당 여력도 커진다.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은 1조85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증가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게 될 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낸 값으로 IFRS17에서 핵심 수익성 지표로 여겨진다.

한화생명은 또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배당 재개를 막는 요인이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곧 시행되면 보험사들은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금리 변동에 따른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을 상계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으로 해마다 금리 변동에 따른 대규모 미실현손익을 내는 게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배당가능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런 요인이 해소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상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 한화생명의 배당가능이익 규모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생명은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배당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생명은 2015년 이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을 하지 않고 있는데 IFRS17이 도입된 진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 펼치기 어려운 만큼 배당 재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도 올해 배당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11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2년 동안은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등의 이유로 배당을 못 했지만 현재는 허들이 모두 제거됐다"며 "실적과 생명보험업계 분위기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한화생명이 배당을 재개하면 200~300원 수준에서 DPS(주당배당금)을 책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한화생명이 경쟁 보험사 수준의 배당성향을 시행하겠다고 한 점에 비추어 주당 250원을 배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다른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도 올해 배당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이 2021년 경영관리대상에서 해제된 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도 배당을 재개할 필요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손해보험은 2018년 이후 결산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11월 낸 한화손해보험 투자 보고서에서 "새 국제회계제도 IFRS17 도입 이후 안정화된 자본력 등을 감안했을 때 배당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