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올해 기아의 단기금융상품인 MMT(머니마켓트러스트·특정금전신탁)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에 달할 전망이다. 기아의 어젠다이자 미래 모빌리티 전장의 핵심이 될 EV(전기차)와 PBV(목적기반차량)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이를 위한 자금 운용 전략으로 해석된다.

1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증권으로부터 300억원 어치의 MMT를 매입했다. 이로써 올해 기아가 해당 증권사를 통해 투자한 총 MMT 규모는 역대 최대인 1조8600억원에 이르게 됐다. 올해 4분기에만 11차례에 걸쳐 7600억원 가량의 MMT를 사들인 결과다.

MMT는 주로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만기 3개월 가량의 단기금융상품을 일컫는다. 특히 시장금리 보다 이자율이 높은 데다 예금처럼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단기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와 견주어도 유동성 측면에서 이롭다. MMF는 환매 신청을 하면 다음날 돈이 지급되지만 MMT는 신청 당일에 바로 자금을 찾을 수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 역시 유동성이 뛰어난 비히클인 MMT를 활용해 여유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는 MMT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현대차와의 격차가 좁히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대 중반 무렵만 해도 기아의 MMT 투자 규모는 8000억원 수준으로 2조원대인 현대차가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 현대차가 들쭉날쭉 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 기아가 투자 규모를 늘려 차이를 좁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가 자금 운용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두 회사의 격차는 6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MMT 투자금은 각각 1조7100억원과 1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자금 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키워드인 EV와 PBV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미래 투자금 운용에 팔을 걷어 붙였다는 시각이다.

실제 기아는 EV 분야에서 티어(Tier)1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현재 29%에 머물러 있는 주요지역에서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78% 수준으로 높인다는 복안이다. 국내에서 비중을 기존 41%에서 두 배인 82%로 늘리는 것과 더불어 ▲북미 17→ 76% ▲유럽 42→ 86% ▲중국 8→67% 등 지역별 목표치를 설정했다. 글로벌 EV 서플라이 체인 구축,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기술 고도화 등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와 동시에 경기 화성에 PBV 전용 공장을 지으며 자율주행 생산 체계 구축에도 나선 상황이다. 2025년 미드(중형)사이즈 PBV 생산을 시작으로 라지사이즈, 스몰사이즈, 로보택시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기아 관계자는 "자금의 안정적인 운용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MMT 매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