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인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가 벤처투자 시장 한파 속에서 펀드레이징(출자금 모집) 역량을 입증했다. 한국모태펀드 자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지 4개월 만에 펀드를 결성했고, 최근에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에서 추가 출자금을 끌어와 멀티클로징(증액)에도 성공했다.

21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호그린인베스트는 현재 운용 중인 'SGI 초격차 프런티어 투자조합'을 멀티클로징 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 성장금융이 진행한 'IBK 혁신성장펀드 1호' 자펀드 조성 출자사업에서 GP 자격을 따내 5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면서다.

삼호그린인베스트는 지난달 말 약 340억원 규모로 이 펀드를 결성했다. 운용사는 올 7월 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한 '모태펀드 2023년 2차 정시 출자사업' 중진계정 초격차 일반 부문 GP로 최종 선정돼 이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 이 부문 경쟁률은 6대 1로, 모태펀드 2차 정시사업 중 경합이 가장 치열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초격차 일반 부문 자펀드 결성 목표액을 300억원으로 제시하고, 모태펀드를 통해 150억원을 출자했다. 삼호그린인베스트는 이 출자금에 민간·공공기관 자금을 더해 목표액보다 40억원 많은 규모로 펀드를 만들었다. 시장 한파 속에서 GP로 선정된 지 4개월 만에 펀드를 증액 결성하고, 여기에 성장금융 출자금까지 따내 추가 멀티클로징에 성공한 것이다.

삼호그린인베스트는 초격차 펀드를 한차례 더 증액할 계획이다. 외부에서 20억원 가량을 추가로 끌어와 펀드 약정총액(AUM)을 410억원 이상으로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펀드레이징에 성공하면, 이 자금은 성장금융 출자금과 함께 내년 1월 중 펀드에 더해지게 된다.

초격차 펀드는 투자 범위가 넓어 유연한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 펀드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초격차 분야로 선정한 10대 업종 벤처기업 등에 AUM의 60%를 투자해야 한다. 10대 업종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이다.

삼호그린인베스트는 초격차 분야와 밀접한 영역에서 여러번 고수익을 낸 경험도 있다. 올해는 반도체·2차전지용 건식세정 장비 제조사인 '아이엠티'로 대박을 터뜨렸다. 운용사가 단독으로 딜 소싱한 건으로, 지난 2014년 20억원을 투자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118만9770주(19.99%)를 취득했다. 아이엠티는 올 10월 상장했고, 삼호그린인베스트는 현재까지 95만1770주를 팔아 18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투자배수(멀티플) 10배 이상을 넘보는 성과다.

초격차 펀드 대표 매니저는 김준욱 전무가 맡게 된다. 김 전무는 2000년대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이다. KT그룹 품질 분석가(quality analyst) 출신으로, 큐브벤처파트너스, 한국과학기술지주 등을 거쳐 2016년 삼호그린인베스트에 둥지를 틀었다. 또 펀드 핵심 운용역으로 조수봉 대표와 강지영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