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78% 건설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채무상환이 필요한 상태다. 

태영건설은 28일 PF 우발채무 부담에서 발생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다. 채권금융기관이 거래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시켜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제도다.

태영건설의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389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45억원) 대비 32.3%(5845억원)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237억원에서 977억원으로 4배 가량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258억원에서 76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수익성도 개선됐다.

문제는 PF우발채무다. 주택경기 호황기였던 2019년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을 수주했지만, 최근 금리상승과 주택경기 침체로 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이어지며 개발사업 관련 PF우발채무 리스크가 확대됐다.

실제로 태영건설의 PF우발채무 규모는 과중하다는 평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태영건설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된 PF 차입금은 5680억원이다. 연결 기준 보유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2조3000억원) 규모를 포함하면 PF와 관련한 차입금 총액은 2조9000억원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 착공 사업장 중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PF우발채무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1900억원가량이 2024년 2월까지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의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34.9%였던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39.3%로 증가한 데 이어 2020년 43.4%를 기록하며 40%대를 기록했다. 2021년 41.5%로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2022년 46.2%, 2023년 9월 기준 49.8%까지 치솟았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도 2019년 276.5%에서 2020년 487.2%로 치솟은 이후 ▲2021년 426.6% ▲2022년 483.6% ▲2023년 9월 478.7% 등 400%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유 현금도 많지 않은 편이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등을 고려한 2023년 말 태영건설의 현금성자산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 9월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401억원으로 전년 말(-3150억원) 대비 적자폭은 줄었지만,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유동성 리스크 확대가 건설업 자금조달 특성상 채무에 대한 차환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해 사업이 정상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결국 사업성이 좋아지기 위해선 부동산시장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이 정상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