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이차전지 열처리 장비 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원준이 매출 대비 저조한 수익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잇단 대규모 수주로 '외형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작 회사는 넉넉한 마진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으로 '원재료 가격상승'을 꼽으며, 원준이 올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준은 지난 3일 포스코퓨처엠과 566억원 규모 포항 양극재 2단계 생산공정 EPC 턴키 라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22년 매출(1432억원) 대비 39.56% 수준이다. 계약기간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2월 15일까지다.

앞서 원준은 지난달 1일에도 포스코퓨처엠과 1360억원 규모 이차전지 양극제 생산용 열처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다. 

두 계약의 수주금액은 총 1926억원으로 지난 2022년 전체 매출 보다도 34% 이상 높다. 계약 기간이 연내 만료되는 만큼, 해당 매출도 올해 대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준이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 있는 것은 수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들이 이차전지 관련 공장을 본격 증설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원준은 이차전지 생산공정에 들어가는 열처리 장비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다. 일괄 턴키 방식 공정 엔지니어링 솔루션 용역도 제공한다.

잇따른 수주로 원준의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 2020년 620억원에 그쳤던 매출(연결기준)은 2년만에 1432억원으로 2배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26억원으로 전년 동기(915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상승세를 보이는 매출과 달리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 지난 2020년 41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이듬해 123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22년 영업이익 108억원에 그치며 전년대비 12.19% 역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들어서는 재차 5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비용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는 열처리 장비의 원재료 가격 변동이 컸고, 비용이 지속 발생하다 납기 종료 시점에 수익이 몰리는 계약 특성 또한 한 몫했다는 평가다. 음극재 열처리 장비 등 신사업 초기 비용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

일부 공급 계약 납기가 지속 연기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사업 특성상 대규모 계약이 많다보니 납기 연기로 인해 수익을 제때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2월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과 체결한 744억원 규모 음극재 생산용 열처리 장비 및 생산공정 EPC 턴키 계약만 하더라도 당초 지난해 3월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4차례 연기돼 오는 2월로 밀렸다.

원준 관계자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이유는 원재료 가격 변동이 컸기 때문"이라며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처리 장비 공급의 경우 장비 납품과 납품 장비 설치 두단계로 나뉘는데, 장비 납품 시점에서 대금 결제가 대부분 이뤄진다"며 "납기가 연기 되는 경우는 설치 문제인 경우가 많아 수익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