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정부가 '진짜 5G' 28㎓ 사업을 포기한 이동통신(이통) 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제4이통사 유치 계획이 후보 3사의 재정난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업계에선 기존 이통 3사와의 장기 레이스를 위해 최소 초기 자본금 3조원, 중장기 자금 10조원 가량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1조원 유치도 쉽잖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최근 알뜰폰 사업자 세종텔레콤·스테이지파이브·마이모바일컨소시엄이 제4이통사 진입을 목표로 28㎓ 주파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28㎓ 기지국 의무 할당 기준을 '3년 내 최소 6000대'로 앞선 기준보다 약 3분의 1 수준까지 완화하는 등 새 이통사 유치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후보 3사의 재무 상태는 시장 경쟁에 뛰어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1대당 3000만원 규모의 기지국 구축 의무만 해도 최소 1800억원이 필요한데 현재 1000억원대의 자금을 거리낌없이 출자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세종텔레콤은 기존 이통3사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기대주였으나 최근 수년간 실적난에 허덕이며 자금 조달 여부에 물음표가 붙었다. 

스테이지엑스도 주축 기업인 스테이지파이브의 만년 적자로 지난해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재무적 투자자인 신한투자증권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혀진 바 없다. 최근 국내외로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고 있는 마이모바일컨소시엄도 현재 확보해 놓은 2800억원 외에 정확한 컨소시엄 참여사와 투자 내용은 베일에 싸여있다. 

현 재무 상태로는 최소 3조원의 초기 자본금은 커녕 1조원 확보도 어렵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특히 당장의 시장 진입이 아닌 중장기적 경쟁과 생존을 목표로 해야 제4이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A이통사 관계자는 "인건비나 마케팅, 망 증설 등 여러 부수비용을 포함해 최소 10조원의 자금이 있어야 기존 이통사들과의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통 3사가 최근 낮아진 통신 수익성으로 탈통신에 나서는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 불투명하다 보니 대기업이나 금융계에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업계 우려에도 28GHz 회수와 경매에 나선 정부가 단순히 업계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4이통사 유치를 강행한다면 (지원금 등) 부담이 오히려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무 상태 뿐만 아니다. 후보 3사는 최근 정부가 내비친 B2C 사업 방향과 정반대 기조를 밝히며 향후 난항을 예고했다. 현재 후보 3사 모두 주파수 확보 이후 추가 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지역·산업 맞춤 B2B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통신비 완화·생태계 강화' 목표와는 반대로, 기지국 구축 등에 드는 막대한 추가 투자를 회피해 이윤 창출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후보 3사의 재무 심사를 마치고 최종 입찰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이통 3사가 수익성 사유로 28㎓ 기지국 구축 의무를 불이행했다고 지적하며 주파수를 회수 조치한 뒤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20여년 만에 이통 3사 체제를 무너뜨리고 시장 경쟁을 촉진할 이통 4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