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새 주인으로 하림그룹이 유력해지면서 새롭게 꾸려진 경영진의 면면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통 '해운맨'이 아닌데다 HMM 합류 기간이 짧은 김경배 대표의 용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반면 '스페셜리스트' 박진기 부사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김홍국 회장의 복심인 천세기 부사장이 팬오션 인수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HMM에 승선할지 여부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의 지분 57.9%(3억9879만156주)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연말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으로부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로, 인수가인 6조40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팬오션-JKL파트너스는 채권단과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경 거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인수 과정과 더불어 향후 이뤄질 HMM 경영진 변화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현재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는 데다 HMM을 이끌고 있는 김경배 대표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머잖아 경영진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행비서 출신인 김 대표는 과거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지낸 경험을 살려 지난 2022월 3월 HMM 사령탑에 올랐다.

김 대표가 정통 해운맨이 아닌 재무, 인사, 기획 등에 두루 능한 제너럴리스트라는 점도 그의 용퇴를 높게 점치는 대목이다. 팬오션을 거느리고 있는 하림그룹 입장에서 인력풀을 가동해 대체할 최고경영자(CEO)를 얼마든 물색할 수 있는 만큼 '자기네 사람'을 선호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HMM에 합류한 기간이 2년여에 불과해 하림이 애써 김 대표를 중용해야 할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CEO 교체에 무게를 싣는다.

김 대표와 달리 박진기 부사장은 하림 체제에서도 직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HMM 연간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컨테이너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하림호(號)'에 승선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 출신으로 지난 2019년 HMM에 합류한 박 부사장은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 가입 과정에서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5년 6월 이뤄진 하림의 팬오션 인수 사례를 비춰봤을 때, HMM의 임원진 인사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당시 대표이사(김유식→ 추성엽)를 제외하면 사업부분을 이끌고 있던 대부분의 임원들이 유임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하림그룹 계열사가 된 만큼 김홍국 회장의 경영 방침을 전달할 지주사 쪽 인력들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회장은 팬오션의 기존 인력을 활용해 안정을 꾀하면서도 자신의 최측근을 승선시켰다. CFO(최고재무책임자)로서 하림의 살림살이 전반을 돌보고 있는 천세기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번 HMM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 부사장은 윤리경영실장이라는 직책으로 팬오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천세기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세계 5위 해운업 육성'이라는 김 회장이 청사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복심으로 통하는 만큼 향후 HMM 임원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