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홍해 리스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HMM의 실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운항 통행 제한이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회복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근시일 내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 재개가 이뤄지더라도 순간적인 병목 현상으로 추가적인 운임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지난해 해운 운임 하락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HMM의 지난해 연결 매출, 영업이익 컨센서스(애프앤가이드 기준)는 8조4095억원, 562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4.7%, 94.3% 줄어든 수치다. 올해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예맨 반군 후티의 민간 상선 공격 등 해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반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지하면서 우회 항로 운항에 따른 거리 증가 등으로 해상 운임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에즈 운하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이집트의 운하로 전 세계의 교역량의 약 12% 물동량을 실어 나르는 해상 운송의 요충지이다. 미군이 후티 반군을 격퇴하기 위해 다국적 연합군 창설을 발표하고 활동을 개시하면서 곧 운항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기대와 달리 사태는 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선사들은 홍해 지역 운항 안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진 우회 항로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운항 거리 증가로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의 공통의 운송지연 상황에서는 해운사가 화주보다 운임협상력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 만약 위험을 감수하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더라도 선박 보험료 상승으로 비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료 추이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5일 기준 SCFI는 1879로 전주 대비 7.79% 증가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반영한 지수로 매주 금요일에 발표된다.

SCFI는 지난해 말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오르더니 6주 연속 상승 추세다. 지난해 12월29일에는 한주만에 40.21% 급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SCFI 2000 돌파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건은 운임 상승 지속 여부다. 지속 여부에 따라 HMM의 올해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홍해 리스크가 빨리 해소된다면 해당 시기에 맺은 스팟성 화물계약에만 높은 운임이 반영된다. 이것만으로는 올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 그러나 운임 상승 추세가 3월까지 이어진다면 HMM의 실적개선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장기화물 계약 시즌이 3~5월에 몰려있어서다.

HMM 관계자는 "당장은 운임 상승 지속 여부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주는 장기화물 계약 시즌이 3~5월 인만큼 이때까지 추세가 이어진다면 시장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