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KT&G가 사장 인선에 돌입한 가운데 백복인 사장이 돌연 용퇴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KT&G 안팎에서는 백 사장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을 예상했었다. 본인 스스로도 연임 의지를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유분산기업 CEO 연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정부의 입장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외부 영향과는 전혀 무관하며 CEO 개인의 용단이라는 입장이다.

백 시장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027 KT&G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직접 제시했다. 향후 5년간 핵심사업분야에 대한 약 4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백 사장의 4연임 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분명 있었다. 그가 연임하는 기간 KT&G의 실적과 주가가 모두 부진하면서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공세가 거세졌다. 실제 FCP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KT&G 사장 선임 절차를 지적한 데 이어 경영진의 비리를 제보 받겠다며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백 사장의 도전을 높게 점쳤던 것은 그가 이전 연임 과정에서 장애물을 극복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당시 2대주주인 기업은행(6.93%)이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회계처리 위반을 문제삼으며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지만 주주총회에서 76.26%의 표를 획득하며 완승을 거뒀다. 2021년에는 익산 장점마을 사태 리스크가 있었지만 이사회에서 몰표, 주주총회에서 과반 이상의 표를 획득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용퇴를 선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 정부는 소유분산기업 CEO 연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작년 초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 분산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 잘 작동해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경우에는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포스코의 CEO들이 최근 홍역을 겪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당시 국민연금은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언급하며 두 기업의 연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포스코의 경우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KT 역시 국민연금이 같은 이유로 구현모 KT 전 대표를 반대했고 끝내 구 대표는 중도 사퇴를 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포스코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수장이 내려오거나 연임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최근에도 그렇게 됐다"며 "사정이 비슷한 KT&G 역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복인 사장이 용퇴를 선언한 구체적인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실적 악화와 같은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백 사장의 용퇴 결정에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으며 회사의 미래비전 달성과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의 한 차원 더 높은 도약을 위한 결단"이라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CEO 개인의 용단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