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회사이자 연예기획사인 '판타지오'가 드라마 제작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3년 만에 소액주주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조달자금 대부분은 회사가 제작하고 있는 사극 장르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 드라마에 투입될 예정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판타지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19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의결했다. 구주 1주 당 신주 0.96주가 배정된다. 청약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이를 반반씩 떠안는다.

판타지오 최대주주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방산회사 '미래아이앤지'로 지분 10.93%를 들고 있다. 2대주주는 미래아이앤지 관계회사인 화장품 제조사 '아티스트'로 지분 10.81%를 보유 중이다. 지분 1%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 비중은 70% 가량 된다.

판타지오는 드라마 제작사로 거듭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모집 예정 자금의 75%에 육박하는 151억원을 24부작 사극 드라마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내년 방영될 계획이며, 주연 배우는 일부 확정됐다. 판타지오는 지난해 6월 이영애 배우와 사극 출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판타지오는 지난 2021년 드라마 제작사업에 진출했다. 회사는 사업 노하우 등을 빠르게 익히기 위해 드라마 '돈꽃'(2017) 등을 제작한 '팝코너스' 구주 지분 100% 등을 총 135억원에 인수했다. 판타지오는 인수합병(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에도 소액주주 등 구주주를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드라마 제작은 안정적인 매출을 얻기 좋은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국·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저작재산권(IP)과 방영권을 판매하면, 제작비 50~70% 내외를 보존 받는다. OTT 독점작으로 편성되면 아예 제작비 전액에 일정 마진을 얹어 받는다. 제작사가 IP를 보유하면 원가 보존율은 낮지만, 대신 복수 플랫폼에 방영권을 판매해 마진을 더 높일 수 있다.

판타지오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출의 약 34%인 174억원을 드라마 사업에서 창출했다. 회사는 프리 프로덕션 포함해 총 23편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먼저 투입된 제작비는 무형자산·재고자산으로 계상됐으며 금액은 총 204억원에 이른다. 추후 드라마 방영 플랫폼이 확정되면, 이 자산들은 매출로 전환돼 손익에 반영된다.

특히 드라마 제작은 판타지오 본업인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과 궁합이 좋다. 회사 소속 아티스트를 직접 제작한 작품에 출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타지오는 지난해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제작하고, 주연으로 회사 소속 5인조 남성그룹 '아스트로' 멤버인 차은우를 발탁했다. 차은우는 올 3월 방영될 판타지오의 차기작 '원더풀월드' 주연도 맡게 된다.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관계자는 "판타지오의 최대 약점은 차은우 등 특정 아티스트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사업은 매출을 늘리기 용이해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수익 다각화를 꾀하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주·조연 배우로 활동할 수 있어 본업인 매니지먼트 사업과 시너지도 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