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새해가 되면 전세계제약바이오업계의 시선은 미국으로 쏠린다. 매년 1월 업계 최대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JPMHC)'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전세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참가하는 행사인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유망할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 등에 관심을 가지며 산업의 중장기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또 콘퍼런스 기간 중 기업 간 인수합병(M&A)이나 조단위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 계약 등 대규모 딜(deal)이 이뤄지기도 한다. 

올해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 관계자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관심을 집중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 첫 대규모 딜은 국내에서 나왔다. 그것도 무려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가 그룹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 통합 계약 발표 후 제약바이오업계는 크게 들썩였다. 대기업이 중소 제약사나 바이오사를 인수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업계 상위권인 한미약품그룹이 OCI홀딩스와 이종 간 결합을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다소 지났음에도 여전히 관심이 뜨겁다. 그리고 그 관심 속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먼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에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참여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자본과 기술력의 결합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겨룰 수 있는 블록버스터 제품 개발이 가능한 환경이 조금이나마 마련됐기 때문이다. 산업의 중요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다른 산업군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약바이오 업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해외 진출 과정에서 대기업의 네트워크와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제약바이오기업을 집어삼키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이종기업 간 통합 및 인수합병이 얼마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불어 신약 개발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들이 과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자본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걱정이 가장 크다. 

두 그룹은 이번 통합 계약으로 기업 경쟁력 제고 및 선진화된 지배구조 형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은 임주현 사장으로의 승계 및 상속세 문제 해결,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지배력 강화라는 속내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통합 계약이 단순히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그친다면 두 그룹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바이엘이 되겠다'는 선언처럼 이종기업 간 시너지를 통해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한미약품그룹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R&D에 힘을 쏟으며,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도전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OCI홀딩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미약품그룹과 발을 맞춰야 한다. 

만약 통합 지주 운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파장이 단순히 두 그룹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유사한 케이스의 기업들에 업계와 시장의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질 게 자명하다. 한미-OCI 통합 지주가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