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해진 모양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향후 회사를 매각하는 것까지 고려해 전략적투자자(SI)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CC를 보유한 PEF들이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함께할 SI 모시기 작업에 나섰다. 회사가 보유한 자금만으로는 덩치가 큰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EU 경쟁당국은 내달 중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 매각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

매각가는 5000억~7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주 가격이 높을 경우 원매자들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 눈높이를 소폭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측은 회사 부채를 떠안아야 하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추가자금도 투입해야 한다. 총 2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일 회사가 이를 단독으로 이를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대주주가 PEF인 LCC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수월하다는 의견이지만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은 부담이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가 이들 중 가장 큰 규모의 블라인드펀드(1조5000억원)를 보유하고 있지만 펀드에서 한 건당 투자할 수 있는 최대금액을 고려하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라는 평가다.

이러한 점을 이유로 LCC들은 그간 항공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곳들을 대상으로 SI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아 화물사업부 인수를 성사시키는 한편, 향후 이들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 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PEF가 최대주주로 있는 LCC는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다.

시장에서는 SK, 한화 등과 같은 대기업을 유력한 SI 후보로 보고 있다. 두 그룹은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을 당시 인수후보로 거론된 곳들이다. 특히 한화그룹의 경우 최근 방산사업을 강화하며 항공·우주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시장에서 항공사업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다만 두 기업 모두 최근 대규모 자금을 지출해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기업이 SI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의 경우 최근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며 수천억원을 쏟아 붓는 중이다. 한화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2조원을 투입했는데 외부수혈 없이 그룹 내에서 모든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LCC를 보유한 PEF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함께할 SI 모시기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PEF는 향후 회사 매각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항공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곳이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I 입장에서도 향후 자연스럽게 항공업에 진출 할 수 있는 만큼 복수의 기업들이 인수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