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미국 소재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을 계열사인 SBS콘텐츠허브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SBS콘텐츠허브로부터 200억원 이상의 매각대금을 받았다. 계열사 간 지분 거래이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회사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처음으로 방송 계열사의 유동성 자금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소재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에 대한 회사 보유 주식 100%를 그룹 방송 계열사 SBS콘텐츠허브에 장외거래로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목적은 '자금 유동성 확보'다. SBS콘텐츠허브는 이튿날인 31일 대금 231억원을 티와이홀딩스에 납입했다.

SBS인터내셔널은 1992년 3월 뉴욕에서 출범한 뒤 미주 한인들에게 SBS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2003년 12월에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전해 SBS 콘텐츠의 유통·배급 범위를 미국 전역으로 넓혔다. 과거 SBS가 2010·2014·2016 월드컵 대회 중계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주체로 활약했으며 2010 동계올림픽, 2016 하계올림픽 중계권 단독계약에도 활용됐다. SBS콘텐츠허브는 이번 지분 매입을 기업경영권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결정했다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가 방송 관련 계열사를 그룹의 자금 유동성 확보에 활용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말 회사는 SBS미디어넷의 보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760억원의 자금을 대출 받았고, 이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상환에 활용했다.

계열사 간 지분 거래이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회사가 방송 계열사 주식 '매각'으로 유동자금을 확보한 것은 태영건설이 지난 1월 11일 워크아웃 돌입을 확정하고 처음이다. 이에 따라 그룹 내 방송 계열사의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 산하에 SBS와 SBS미디어넷, SBS네오파트너스 등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SBS와 SBS미디어넷은 SBS콘텐츠허브 등 12개 회사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티와이홀딩스가 SBS인터내셔널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산 규모가 작은 방송 계열사의 추가 매각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SBS네오파트너스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224억원이다. 회사가 유동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SBS인터내셔널 매각과 동일한 방식으로 방송계열사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SBS인터내셔널 매각대금의 자세한 용처와 추후 다른 방송 계열사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것도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그룹의 핵심 계열사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28일 채권단에게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필두로 수 차례의 논의를 거쳤고, 지난 11일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을 최종 의결해 오는 4월까지 실사 및 워크아웃 추가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