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상장사 소액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소송도 불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액주주가 연대해 회사 경영진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회사는 삼보판지, 삼목에스폼, 만호제강, 이화전기, 이아이디, 뉴지랩파마 등이다. 이들은 오는 3월 정기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를 상대로 경영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행동에 나선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73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91개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행동이 발생한 기업은 2020년 10개에서 2021년 27개, 2022년 49개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요구하는 것은 사례마다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경영 정상화 혹은 주주가치 환원이다. 특히 거래정지된 상장사 소액주주의 경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만큼 쇄신 요구 강도가 높다. 실사주 등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거래정지된 이화전기의 경우 소액주주연대가 1대주주에 해당하는 지분을 모아 경영진 교체를 추진한다. 뉴지랩파마 주주연대도 지난해 12월 회사를 방문해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경영진의 자구책을 요구했다.

실적이 양호한 상장사에서도 분쟁은 발생한다. 소액주주가 견조한 실적을 기록 중인 중견 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경영활동을 지적하며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나선 사례다. 삼보판지에서는 소액주주연대가 경영진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한다. 부지 개발 관련 회사 오너 일가가 개인 회사를 끼워넣어 수백원 규모 사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목에스폼은 10년 넘게 소액주주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 역시 경영진이 대규모 수익을 빼돌렸다며 주주제안을 통해 현금배당과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만호제강에서는 고의 거래정지 주장이 나왔다. 2대주주와 소액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직후 거래가 정지된 영향이다.

다만 회사를 향한 소액주주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회사와의 분쟁에서 소액주주가 실질적으로 승리한 사례는 거의 없다. 소액주주 운동은 사측과 합의에 실패할 경우, 결국 의결권 대결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많아 유리할 뿐만 아니라 개인에 비해 경영진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음으로는 소액주주 활동을 응원한다"면서도 "다만 단체 행동에 나섰을 때 소액주주 연대가 집결 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나 법률 자문 등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십시일반해서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의결권을 모으는 플렛폼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액주주 운동이 유의미한 선례를 남기는 경우가 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