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를 약 2배 증액한 가운데 사내이사들이 상당한 규모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칼이 지난해 등기이사 13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0명)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은 57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43억9000만원과 비교할 때 31.7% 인상됐지만, 보수 한도 대비 실제 지급 비율은 64%였다.

조 회장이 연간 보수로 수령한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42억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23억9500만원의 급여와 5억6500만원의 상여를 포함해 총 29억6000만원을 수취했다. 

하지만 해당 급여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미지급 됐던 업적급 11억1600만원이 반영돼 있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조 회장은 작년 하반기 보수로 13억원 가량을 수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총 12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9명)의 이사에게 전년(40억5000만원) 대비 62.5% 늘어난 65억8000만원을 줬으며, 한도 대비 실지급율은 73%였다. 

조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에서 급여 19억7300만원과 상여 6억4000만원 총 26억12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22년 보수(24억원)를 이미 웃도는 규모다. 

조 회장 뿐만 아니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전문경영인(CEO)도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5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2022년부터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아온 류경표 사장은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며, 2017년부터 대한항공 대표로 근무 중인 우기홍 사장의 경우 약 13억원 상당을 수령한 것으로 계산된다.

앞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각 50억원이던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으로 80% 늘린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이사 보수 한도가 10년 이상 동결됐고, 비슷한 규모의 상장사 대비 보수가 2배 이상 적어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항공업황이 회복세에 진입한 만큼 주요 경영진이 팬데믹 기간 동안 반납했던 급여를 충당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바라봤다. 나아가 조 회장의 경우 상속세 재원 마련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양호 명예회장의 재산과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올해 10월까지 완납해야 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리스크로 급여 반납과 배당 중단 등으로 자금력이 충분치 않았다.

반면 사외이사 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진칼은 지난해 10명의 사외이사에게 인당 평균 6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7200만원보다 9.7%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대한항공의 사외이사 연간 보수도 10.8%(8461만→7549만원) 줄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사보수 지급기준에 따라 직위, 직무,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월 보수를 산정 후 이를 보상위원회 사전 검토, 이사회의 집행 승인을 통해 합리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올해 이사 보수 한도는 추가 증액하는 대신 기존 9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