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삼각별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벤츠 E클래스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남다르다. 10세대 모델은 2016년 국내 출시 이후 매년 '베스트셀링'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을 정도다. 갑진년의 시작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11세대 E클래스(뉴 E클래스)의 등장에 BMW와 제네시스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이틀(22일~23일)에 걸쳐 뉴 E클래스(E300 4MATIC AMG)의 운전대를 잡아보니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용산, 강남역, 홍대입구, 여의도 등 서울 시내 곳곳을 누려보니 하이브리드형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정숙한 주행감이 돋보였다. 엑셀 패달을 지르밟는 운전자의 발에 맞춰 차량은 매끄럽게 뻗어나갔고 브레이크에도 부드럽게 반응했다. 4MATIC(4륜 구동)에다가 고성능 버전인 AMG가 접목된 모델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호대기 중 차량 내부는 정적이 흐를 만큼 고요했으며 시동 소리마저 요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보다 승차감이 좋은 편인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돋보이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외적인 부분에서는 인테리어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길을 사로잡았다. 익스테리어의 경우 브랜드 아이덴티티 계승을 위해 눈에 띌 만큼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부는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줄 요소가 가득했다.

1열과 2열에 걸쳐 있는 핑크빛 앰비언트 라이트(주변 조명)는 마치 미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부메스터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가 더해지자 여느 공연장 부럽지 않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차량 등받이에 탑재된 익사이터(진동 장치)는 음악 반주에 맞춰 작동하며 흥을 돋웠다.

차량 중앙에 자리한 MBUX(벤츠 전용 인포시스템) 슈퍼스크린은 뉴 E클래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태플릿 PC 만한 14.4인치 LCD 디스플레이는 길 안내 등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여유 있게 담아냈다. 해당 모니터를 통해 화상회의도 가능하다고 한다. 동승자석에도 12.3인치 크기의 스크린이 탑재 돼 있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유튜브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E클래스 오너들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킬 만한 디테일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차량 문의 손잡이는 잠금 상태가 되면 본체로 삽입되는 내장식(히든 도어 캐치)으로 설계돼 외부인의 접근이 원천 차단된다. 열림 상태가 돼 손잡이가 외부로 튀어 나올 때에는 하단부에서 빛이 나오며 바닥에 벤츠의 삼각별 로고를 그려 넣는다.

E클래스는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를 대표하는 모델로 손색이 없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계기판(클러스터)의 방향지시등이 핸들에 가려 오인 여부를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또 중앙 LCD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보다 낮은 대시보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운전 중 고개를 수시로 내려야했다.

뉴 E클래스는 국내에 총 7개의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시승 차량인 'E300 4MATIC AMG'(9390만원)와 더불어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8990만원)가 지난달 우선 국내에 인도됐다.

이어서 올해 1분기 안으로 'E220d 4MATIC 익스클루시브'(8290만원)가 인도된다. 이후에는 ▲E200 아방가르드(7390만원) ▲E450 4MATIC 익스클루시브(1억2300만원) ▲E350e 4MATIC 익스클루시브(미정) ▲메르세데스-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미정)를 순차적으로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