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태영건설 채권단이 태영건설과 협력사에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태영그룹도 골프장을 자산유동화해 1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다만 개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워크아웃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3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채권자 75% 이상이 제2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을 찬성해 가결됐다. 상정된 주요 안건은 ▲태영건설에 40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 추가 지원 ▲4000억원 규모 신규 보증 지원 ▲451억원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조기 상환 등이다.

산업은행은 "모든 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기업개선 계획 수립 시까지 부족자금 대응 및 영업활동 지원으로 태영건설의 원활한 경영정상화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4000억원의 신규 자금은 한도대출 형식으로 부족 시마다 지원한다. 이는 태영건설 부동산 PF 현장 하도급 업체의 공사 대금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산은이 4000억원을 지원하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시중은행이 최대 16%까지 분담한다. 해당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잡은 담보는 ▲SBS 주식 556만6017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 1282만7810주 ▲윤세영 창업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 26만6955주 등이다.

4000억원 규모의 신규 보증은 건설공제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채권단 내 보증기관들이 분담해 지원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의 외담대 451억원도 조기 상환하기로 결정됐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협력업체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출 방식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산은은 "외담대 할인분 상환에 따른 한도 내 회전운용으로 협력사의 애로사항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이 외에도 블루원 디아너스CC와 루나엑스골프장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두 골프장 모두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가 있어 차질 없이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영건설의 PF사업장 60곳에 대한 처리 방안이 협의점을 찾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개별 PF사업장 대주단은 태영건설과 출자 기관, 지원금 규모, 금리 등 조건을 두고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 11일까지 논의를 마치기로 했으나 일정이 연기돼 오는 25일까지 PF사업장 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태영건설의 자산·부채 실사 마무리를 위해선 대주단의 사업장별 결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사업장별로 상황과 대주단의 입장이 상이해 협의점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개별 사업장의 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못 할 경우 오는 4월 11일 기업개선계획이 결의될 시점도 연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