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내정됐다. 황 내정자는 전국구 금융지주로의 격변을 맞는 DGB금융을 이끌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황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모두 고르게 성장할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DGB금융은 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황병우 행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황 행장은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숏리스트에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옥찬 전 KB금융 부사장 등 외부 출신 후보자 2명과 경쟁했으나 경북 출신인 황병우 행장으로 최종 결정됐다.

DGB금융이 황 행장을 회장으로 내정한 데는 안정성을 추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변화를 맞는 시기인 만큼 DGB금융의 기반이 되는 경북 출신이자 'CEO 육성 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황 행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해 온 인물로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DGB금융의 경영 철학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DGB금융 역시 전국구 금융지주로 도약하게 되는 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실제로 수익의 기반이 되는 지역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DGB금융의 실적도 하락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인 5031억원을 달성했으나 ▲2022년 4016억원 ▲2023년 387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따라서 황 내정자가 우선 경쟁력을 확보해 금융시장의 메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따라 영업점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전국 모든 행정구역에 거점점포를 신설한다. 다만 거점점포 신설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대비 점포 수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구은행은 플랫폼사 제휴, 디지털 앱, IT시스템 등을 고도화해 여러 채널망을 구축,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지역은행이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을 표방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디지털 전략으로 부족한 점포망을 보완해야 하는 만큼 황 내정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DGB금융은 또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에도 힘써야 한다. 은행 의존도가 큰 만큼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서다. 따라서 현재 계열사에 없는 저축은행과 손해보험사 등을 인수해 은행 계열사에 집중된 수익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상표권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아직 포트폴리오에 없는 저축은행과 손해보험사를 포함시킨 만큼 추후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앞서 DGB금융은 지난해 iM금융그룹, iM금융지주, iM자산운용, iM투자증권, iM캐피탈, iM손해보험, iM저축은행, iM투자파트너스 등 계열사 대부분이 iM을 활용한 상표를 등록했다. iM은 대구은행의 모바일뱅킹 브랜드로 DGB금융이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전환 이후 변경할 사명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iM 상표권은 사전에 확보해둔 것"이라며 "현재 인수를 검토하는 저축은행이나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