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해 무난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대체투자 부문의 분사로 수수료 수익 등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고유 자산을 자사 펀드에 투자해 얻은 지분법수익 증가 등으로 이를 상쇄하면서 2023년 순이익이 2022년보다 늘었다.

29일 한국투자신탁운용 2023년 4분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3년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325억원을 거뒀다. 전년 311억원보다 4.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이 1371억원에서 1110억원으로 19%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2023년 영업수익이 전년보다 줄어든 배경에는 2022년 7월 이뤄진 대체투자 부문의 분사가 있다. 당시 분사된 대체투자 부문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자회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으로 출범했다. 

대체투자 부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운용자산이 줄었고, 이는 수수료수익의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3년에 수수료수익 1063억원을 올렸는데 전년 1269억원보다 16.2% 감소한 수준이다. 

고유계정 투자를 통한 증권평가 및 처분이익은 7억원에서 13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 55억원이던 파생상품 관련 이익은 2023년 0원으로 집계됐다. 

기타의 영업수익도 2022년 31억원에서 2023년 1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기타의 영업수익은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에서 주식에 투자해 얻은 배당금이나 펀드·ETF(상장지수펀드) 등의 수익증권에 투자해 얻은 분배금 수익 등을 포함하는 항목이다.

2023년도 영업비용은 805억원으로 전년 868억원에서 7.2% 감소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분사 등의 영향으로 수수료 비용이 253억원에서 187억원으로 26.1% 줄어든 영향이 컸다. 판매비와 관리비 역시 같은 기간 603억원에서 587억원으로 2.6%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3년 영업이익 305억원을 올렸는데 전년 503억원보다 39.4% 줄어들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분사로 줄어든 영업수익이 영업비용 감소보다 컸고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영업수익 감소가 있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3년 영업외수익이 12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56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영업외수익으로 잡히는 지분법이익이 2022년 11억원에서 2023년 92억원으로 급증한 점이 반영됐다. 

지분법이익 및 손실 항목에는 자산운용사가 자사 펀드에 투자한 고유 재산의 운용 성과가 들어간다. 즉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보유한 자금을 자사 펀드에 투자해 얻은 수익이 2022년보다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3년 증시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지분법수익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는 2022년 연초부터 연말 사이에 25.2% 떨어졌지만 2023년에는 19.3% 올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4년 들어 ETF(상장지수펀드) 사업 등에 고삐를 더욱 당기면서 순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채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2년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가 취임한 이후 ETF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4년에는 ETF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와 접점을 넓히는 데도 힘쓰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실제로 올해 안에 ETF와 연관된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구체적 내용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AI(인공지능) 챗봇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