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하이투자증권과 롯데건설이 김포시에서 추진한 조(兆) 단위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매입 비용만 7000억원이 투입됐지만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넘어가지 못한 채 대주단의 손실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약 10곳에 달하는 대주단은 경·공매를 통한 회수, 신규 조합 조성을 통한 사업 재개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과 롯데건설이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일대에 착수한 공동주택 조성 사업이 지난 1월 말 40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차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 유동화증권은 주관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지급보증을 통해 발행된 채권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EOD 발생 후 지급보증에 따라 해당 40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떠안고 일부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해당 PF 사업장은 김포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서 진행된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상 35층 아파트 18개 동을 세우는 대형 프로젝트다. 부지 면적만 약 3만평 수준으로, 총 사업 규모는 1조7300억원에 달한다. 주관사로 하이투자증권,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건설이 선정됐다. 하이투자증권은 PF 유동화증권에 대해, 롯데건설은 금용비용에 대해 각각 지급보증을 섰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대주단만 약 10곳에 달한다.

이 사업장이 처음 조성된 시점은 지난 2021년 4월이다. 이듬해 총 7000억원 수준의 브릿지론을 일으켜 토지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사업장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2년 넘게 브릿지론을 연장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진 채 만기만 연장해 나가면서 부실 사업장 낙인이 찍혔다. 결국 지난해 7월 브릿지론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EOD가 발생, PF 대주단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당시 대주단은 사업장 정상화 계획을 받은 뒤 PF 만기를 올해 1월 말까지 연장하고, 만기 시점까지 PF 이자를 유예해 줬다. 그럼에도 자율협약 만기도래 시점에 차환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상환도 되지 않아 재차 EOD가 발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사업성이 없어서 문제가 된 사업장"이라며 "부실 사업장의 시간만 지연시키는 자율협약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EOD를 선언하고 경·공매를 진행해 정리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금융당국은 대주단 협약을 통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상당수 부동산 PF 부실을 이연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를 전후해 '시장 원칙에 따른 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김포 PF 사업장의 대주단이 지난해 7월 자율협약에 나선 지 반년 만에 EOD를 선언한 것은 이 같은 당국의 기조 변화 영향도 일정 부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행 주체 측은 조합원을 다시 구성해서 PF 자금을 새롭게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주단의 수가 많다 보니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매입 토지를 공매 등을 통해 팔아야 대주단의 자금 회수가 이뤄지는데, 이 경우 후순위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새 조합원을 꾸리는 것도 녹록지 않아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