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대출 담보로 맡긴 한미사이언스 주식들 가운데 일부 가치가 대출금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하락기조를 이어온 탓이다. 특히 임 사장의 보유지분 중 담보로 설정된 물량이 많아 향후 대출계약을 연장할 때 금융기관의 조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임 사장은 이달 4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주식 625만6105주를 담보로 6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 주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총 14건으로 금액은 1877억원에 달한다. 이는 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693만5031주(지분율 9.9%)의 90.2% 비중이다. 그의 주담대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143억원이 추가로 늘었다. 담보로 맡긴 주식수도 7만480주 증가했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로 주담대를 받는 과정에서 대출금과 담보주식 모두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내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증권금융 736억원(5건) ▲하나은행 620억원(1건) ▲하나증권 100억원(3건) ▲미래에셋증권 192억원(1건) ▲NH투자증권 190억(3건) ▲신한투자증권 30억원(1건) 등이다. 그 중 37억원 규모의 한국증권금융 주담대 1건은 임 사장이 대표로 있는 코리그룹의 계열사 코리포항이 실채무자다. 

연이자율은 하나증권(30억원 대출계약)이 7.1%로 가장 높다. 이어 하나은행 6.07%,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6% 수준이다. 한국금융증권(120억원)이 4.96%로 가장 낮다. 이를 더한 연이자는 106억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임 시장의 일부 주식 담보가치가 대출금을 하회하고 있는 점이다. 임 사장은 하나은행에서 620억원을 빌리며 73만5000주를 담보로 맡겼다. 그러면서 대출금을 대용가의 70%로 잡았다. 이는 대출금 620억원이 담보로 맡긴 주식 73만5000주의 70% 가치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이를 역산하면 해당 계약의 주당 담보가치는 12만505원이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15일 종가는 3만9800원에 그쳤다. 

그 외 미래에셋증권에서 받은 192억원의 대출도 담보가치가 대출금을 하회하고 있다. 이 계약의 주당 담보가치는 4만6750원으로 파악된다. 결국 현 시점에서 임 사장이 맡긴 주식 담보가치가 대출금보다도 낮게 형성된 금액만 총 812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담보가치가 대출금을 웃돌고는 있지만 유지비율 기준가에 미달하는 계약도 두 건이나 있다. 담보유지비율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주가 하락을 대비해 상당액 이상으로 담보를 유지하도록 정한 비율이다. NH투자증권 80억원 대출과 하나증권 30억원 대출의 유지비율 기준가는 모두 4만2900원이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기준가를 밑돌 경우 대출계약 연장 시 채권자들이 추가 담보 제공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만약 추가 담보 제공을 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 일부 또는 전부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임 사장이 가진 지분 중 담보로 설정된 비중이 90%가 넘는다는 점이다. 

시장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은 상속세 문제와 별개로 DXVX 등 개인사업을 위해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적극 활용했다"며 "다만 대출규모가 계속 늘며 이자와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