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최고 단계(AAA) 직전인 AA+/긍정적으로 부여했다. 글로벌 '톱3' 판매량을 보일 만큼 완성차 시장에서의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는 데다 이익창출력, 우수한 재무구조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등급전망을 상향했다.

19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의 제 318-3회차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기아의 제284-3회차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한신평은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에서의 판매호조와 주요 신흥국 시장인 인도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2년 연속(2022년·2023년) 글로벌 합산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이는 EV(전기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 시장에서의 선제적인 친환경차 출시와 E-GMP(전기차 전용플랫폼) 구축 등으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3위(중국 제외)에 올랐다.

판매단가 상승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된 점도 등급전망이 상향된 주요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동차부문에서 130조1000억원의 매출과 13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양 부문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및 제네시스 판매비중 확대, 상위트림 선호 및 옵션채택 증가 등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른 데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기아 역시 RV(레저용 차량) 판매비중 확대 등의 효과로 지난해 역대 최대인 99조9000억원의 매출과 1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우수한 재무구조도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연말 현대차의 차량부문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3.4%와 61.6%에 불과하다. 또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순현금은 16조1000억원이 쌓여있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연말 차입금의존도는 5.1% 수준이며 부채비율은 73.2%로 양호하다. 순입금의존도는 마이너스(-) 상태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깝다.

한신평은 현대차의 AAA 상향 트리거 요인으로 먼저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를 합산한 조정EBITDA(에비타)/매출액 지표가 10% 초과할 것을 들었다. 더불어 총차입금/조정EBITDA 지표 1배 미만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에도 등급 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아에 대해서는 중국법인인 '강소열달기아기차유한공사'(KCN) 합산 EBITDA/매출액 지표 10% 초과를 주요 등급 상향 요인으로 꼽았다.

한신평은 "현대차는 제품믹스 개선, 판매단가 상승 등에 힘입어 과거보다 이익창출력이 제고된 데다 그룹의 대외 신인도에 기반한 매우 우수한 재무융통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는 PBV(목적기반차량) 공장설립, 전기차 라인업 확대, SDV(소프트웨어중심차) 등 미래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인 만큼 재무구조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