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지난해 공모채 시장 첫 미매각 기록을 쓴 효성화학이 내달 공모시장을 찾는다. 1년 4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5000%에 육박하는 등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효성화학은 1200억원 수준의 발행을 원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비우호적인 투자수요를 고려해 발행액을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내달 말 1000억원 내외의 자금조달을 목표로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이달 말 대표주관계약을 맺고 내달 중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일정이다. 대표주관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과 만기구조 등은 대표주관계약이 체결된 이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효성화학과 증권사들은 발행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주관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채 대표주관계약은 증권신고서 제출 10영업일 전에 체결을 마쳐야 하는데, 대표주관계약서에는 발행액을 확정해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1200억원 이상의 발행을 원하는 반면, 증권사들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효성화학이 1200억원 수준의 조달을 고집하는 것은 연내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500억원, 7월 700억원, 10월 200억원, 12월 540억원 등 올해 총 194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 중 4분기 만기도래(740억원) 물량을 제외하고 우선 1200억원의 만기를 이번 공모채로 차환하려는 것이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528억원에 그쳐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들도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사실상 미매각이 예상되는 만큼 주관 증권사들이 떠안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커서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초에도 12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서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공모채 시장 첫 미매각 사례로 남았다.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효성화학의 재무구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올해도 미매각이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934.6%로 전년 말(2631.8%) 대비 더욱 악화됐다. 1년 사이 부채총계는 3조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총계가 1146억원에서 619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영향이었다. 지난해 연간 효성화학의 영업손실은 1888억원, 당기순손실은 3469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사모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4분기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치솟는 부채비율을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가 놀랄 정도로 안 좋다"며 "당초 사모채 발행도 고려했지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주관 증권사가 인수하는 방식을 취하기 위해 공모채를 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미매각까지 고려해 주관을 맡는 상황인데 효성화학 측에서 원하는 발행액만 고집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