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2차전지 믹싱장비 전문업체 제일엠앤에스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장 평가가 엇갈린다. 성장성과 기술 경쟁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업황 부진 우려에도 '장밋빛' 추정 실적으로만 기업가치를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실적을 까다롭게 바라보는 투자자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일엠앤에스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로 매출 3487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1431억원)과 영업이익(18억원) 대비 각각 143.6%, 175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44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도 이익(247억원)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일엠앤에스는 실적 추정 근거로 사업 프로젝트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진행하지 못했던 프로젝트 중 일부가 올해 매출로 인식될 예정인 만큼,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회사는 현재 1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서 발주서(PO)와 견적의뢰서(RFQ)를 수령한 상태다. 수주잔고도 지난해 말 기준 3033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 증가 배경으로는 비용 절감을 꼽았다. 제일엠앤에스는 그간 고객사 투자 증설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활동에 주력했다. 인건비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영향으로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가 지난 2021년 64억원에서 지난해 13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그 결과 회사 매출은 1000억원을 넘었으나 영업이익은 10억원대에 그쳤다.

제일엠앤에스는 투자 비용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매출 성장에도 추가 비용 투입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외주가공비의 내재화와 함께 제품·설비 개선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이익률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2차전지 외에도 방산 관련 믹싱장비 등을 통해 이익률을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제일엠앤에스가 미래 실적 추정치를 과도하게 낙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목표 생산량을 낮추고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들의 4분기 실적 역시 직전 분기 대비 주춤했다. 게다가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돼있다. 전기차 관련 제도 축소·폐지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배터리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들을 고객사로 둔 제일엠앤에스도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또 제일엠앤에스의 올해 2월까지 누적(가결산) 매출은 456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이다. 주요 프로젝트 매출이 2분기부터 인식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적 추정치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공모 일정을 앞두고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에서 실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공모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에서 계약서와 발주서 등 입증자료를 꼼꼼하게 요구하고 있어 제일엠앤에스가 실현 가능성 없는 실적 추정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2차전지 관련 산업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정책 등 변수가 많아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