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어드밴스드 패키징(AVP) 공장을 구축한다. 이번 패키징 공장 설립에는 미국 정부 보조금 외에도 주정부 별도 지원이 포함된다. 단, 애리조나에 위치한 대학과 연계를 맺고 반도체 인력을 고용하는 조건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월 초 미국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설립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공장 착공은 내년으로 계획 중이며, 2028년 상반기 완공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은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정에 기반한 6세대 이상 HBM 시리즈가 타겟이다.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정은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수평 및 수직으로 적층하는 기술로, 한계에 다다른 선단 공정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업계는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설립에 약 40억달러(5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생산라인 구축 비용의 상당부분을 미국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 소재 퍼듀 주립대학교(Purdue University)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주립 대학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구축할 경우 중앙 정부 보조금과 별도로 주정부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미국 투자는 국내 대비 소요 자금이 2배 이상 들어간다"며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신설은 투자금을 감수하면서도 엔비디아 등 현지 고객에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도 HBM 솔밴더(단독 공급자)의 지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솔밴더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가 두뇌(GPU)를 만들고 SK하이닉스가 손과 발(HBM)을 제공하면 대만 TSMC가 둘을 묶어주는(패키징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미 생성형 AI 서비스 대부분이 엔비디아 쿠다(CUDA)를 기반으로 구축된 만큼 GPU 시장을 나눠 갖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엔비디아 신뢰 없이는 HBM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엔비디아가 가장 신뢰하는 D램 제조사는 SK하이닉스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달부터 고객사에 5세대 HBM(HBME3) 납품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현지 패키징 공장 부지를 검토 중"이라며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