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내년 1~2월부터 HP빌딩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저층부에 해당하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 식당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공사기간은 6개월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 HP빌딩의 설계변경을 신청했다. 서울시는 심의를 거쳐 다음 달 심의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전 건물주가 이미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설계변경을 허가 받은 상태”라며 “이지스는 설계 변경 범위를 지상 3층까지 넓혀 다시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9월 CBRE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에 2121억원을 지급하고 HP빌딩을 인수했다. 3.3㎡당 가격은 1600만원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HP빌딩의 리모델링을 결정한 것은 여의도 상권의 특수성을 분석한 결과다.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밀집한 여의도 상권은 평일 식사 시간에 유동인구가 대거 몰린다. 지역이 협소한데다가 식당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의 3대 권역인 광화문·을지로, 강남과 비교해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오피스 건물의 상업시설을 기존 1개 층에서 3~4개 층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주말에도 HP빌딩이 위치한 여의도 공원 이동 경로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상업시설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의 1인당 점심 식사 단가는 1만원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점심 식사 수요층만 제대로 잡아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미 비슷한 투자를 실시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여의도 씨티플라자 건물 3개 층에 식객촌을 입주시켜 성공을 거뒀다. 이곳은 평일 점심과 저녁에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씨티플라자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10개월 만에 연 35%에 달한다”며 “건물 저층부를 리모델링해 상업시설을 입주시킬 경우 오피스로 활용하는 것보다 임대료가 30% 이상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임대료 책정 방식이 고정이냐, 매출액에 따라 변동하는 방식이냐에 따라 수익률이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플라자 리모델링에 40억원을 투자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번 HP빌딩 리모델링에는 1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P빌딩의 연면적은 씨티플라자의 두 배 이상이다.

HP빌딩을 사들인 펀드는 ‘이지스 스트래티직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 제1-1호’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이 출자해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다. 최근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외국계 펀드와 달리 국내 기관투자가들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HP빌딩 리모델링은 노후화한 건물을 국내 자본으로 새롭게 단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늘어나는 수익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의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도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