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바라보는 정부 부처 '동상이몽'
서서히 문 여는 ‘금감원·금융위’, 범죄 시각 고수하는 ‘법무부’


[팍스넷뉴스 공도윤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느리지만 조금씩 풀리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초기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혁신서비스로 블록체인 프로젝트 3곳을 선정했다.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블록체인 기술 포용을 시작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도 점차 완화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일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보니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부처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보는 탓에 정부부처간 입장차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국내 암호화폐 정책은 2017년 말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중심이 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만들고 실명제 전환과 금융기관의 투자금지 등 규제책을 만든 후 멈춰있다.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 보다는 암호화폐 가격 폭등으로 사기범죄가 생겨나자 암호화폐거래소를 쥐어짜며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실명계좌 발급은 중단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자산 매매 및 중개업(암호화폐 거래소)'을 벤처업종에서 제외했다. 여전히 암호화폐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도 금융업자도 아닌 모호한 회색지대에 위치해 있다.


같은 시기 일본의 금융청(FSA)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고 암호화폐 법안인 ‘개정금융상품 거래법’과 ‘개정자금결제법’을 만들었다. 개정안은 가상통화를 암호자산으로 변경하고, 거래소를 암호자산교환업자로 명했다.


희망적인 부분은 암호화폐 산업의 참여자이자 구성원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서서히 문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위험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4차산업혁명을 이끌 혁신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이중잣대를 대고 있지만, 코인의 종류와 성격을 구분해 다소 완화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무조정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도 조금씩 완화되지 않겠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무조정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이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6개월의 성과와 과제’에 따르면 올해 총 81건의 과제를 혁신서비스로 승인했다. 이는 올해 목표 100건의 80%를 달성한 것이다. 주관부처별 승인건수는 금융위원회(46%), 산업부(32%), 과기정통부(22%) 순으로 금융 서비스 분야가 가장 많았다.


신기술 분야로는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술이 53%(43건)로 가장 많았고, 사물인터넷(10%), 빅데이터·블록체인(각 6%), 인공지능(5%) 순이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는 ▲디렉셔널의 개인투자자간 주식대차 플랫폼 서비스 ▲아이콘루프와 파운트의 디지털신원증명 서비스 등 3건을 선정했다.


과기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블록체인 기술 지원에 적극적이다. 올해 블록체인 공공부문 시범사업 12개 과제에 총 32개의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도 블록체인 규제 개선방안을 위한 연구지원에 나섰다. 과기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블록체인 서비스 효용 평가 조사’를 도입하고 이달 중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다. 국내외 블록체인 실제 사용 사례 현황을 조사하고 서비스 평가지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반면 관련 부서 중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곳은 법무부다. ‘ICT 규제 샌드박스 사전검토위원회’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기업 사례를 놓고, 과기부는 임시허가를 제안했지만 법무부의 반대로 보류됐다.


법무부는 박상기 장관이 2018년 1월 암호화폐 거래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암호화폐거래소의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후 줄곧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에도 법무부는 “최근 가상통화(암호화폐)의 국내 거래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가상통화 투자를 빙자한 사기·다단계 등 각종 범죄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며 “관련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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